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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소식

[전시]2025년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 1 방기철 《홀로무리》

  • 작성자 : 창작지원2팀
  • 등록일 : 2025-04-21
  • 조회 : 48
  • 행사일자 : 2025-04-28 ~ 2025-05-12
[2025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 - 파도는 기슭에 도달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전시, 방기철 작가의 《홀로무리》 전시 안내드립니다.

방기철 작가는 사물을 활용해 삶의 모양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홀로 있는 존재들에 주목하며 그들의 흔적을 살핍니다. 함께 있는 것이 아닌, 곁에 있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미세한 감각을 포착하여 전시의 형태로 풀어냅니다.

▢ 전시명: 홀로무리
▢ 작가명: 방기철
▢ 전시장소: 홍티아트센터 1층 전시실
▢ 전시일정: 2025. 4. 28.(월)~2025. 5. 12.(월)
▢ 전시시간: 월~토 10:00~18:00(17:30 입장마감, 일요일 휴관)
※스튜디오 개방 및 작가와의 대화 5. 10.(토)
▢ 전시문의: 051)263-8661~3 / hongti@bscf.or.kr
▢ 작가노트
‘홀로무리’는 모순된 두 단어의 결합이다. ‘홀로’라는 고립된 상태와 ‘무리’라는 집합의 형태는 서로 대립하며 조응한다, 두 단어의 결합에서 관통하는 감각은 함께 있으면서도 분리되고, 분리되면서도 서로 감응하는 상태를 은유한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남극의 별, 시그마 옥탄티스(Sigma Octantis)다. 주변 별들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고, 조용히 떠 있는 이 별은 ‘홑별’이라 불리기도 한다. 태양처럼 단독으로 존재하는 항성이지만, 시그마 옥탄티스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시그마 옥탄티스는 자체적으로는 밝게 빛나지만, 지구에서 볼 땐 너무 어두워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렵다. 태양은 그 주위를 도는 수많은 행성과 위성들, 생명과 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중심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시그마 옥탄티스는 현재까지 주변을 도는 행성도 발견되지 않아, 말 그대로 고요히 홀로 떠 있는 별처럼 여겨진다. 중심에 있으나 주변이 드러나지 않은 이 별은, ‘홀로 있음’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별을 떠올리며, 나는 우리 사회 속에서도 ‘홀로 있음’을 드러내는 존재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우연히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을 접하며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아무도 곁에 남지 않은 채 조용히 삶을 마감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단지 개인적인 비극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고령화,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처럼 구조적인 사회 문제들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지역, 내가 자주 지나치는 길목, 일상의 풍경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나 자신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하게 되었다. 미디어의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전시는 무연고사망자가 남긴 마지막 흔적의 일부를 자전거에 싣고 거리로 나서는 영상 작업으로 시작한다. 사람들의 무리 사이를 가로지르며, 죽은 자의 자취와 살아있는 몸의 궤적이 교차하며 공명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전시 공간에서는 그들의 방을 재구성한 설치 작업으로 이어지며, 관객은 그 방의 손님으로 초대된다.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이었던 네모난 작은 방은 ‘우물’ 모양의 상징적 공간으로 전환된다. 우물은 닫힌 공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안과 밖을 잇는 통로이기도 하다. 땅을 향하는 우물이 뒤집혀 하늘을 향하는 첨성대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이처럼 우물은 고립된 존재가 단절되지 않고, 다른 차원과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다. ‘홑별’의 감각이 담긴 장소로서, 홀로 존재하는 삶이 다시 누군가와 만날 수 있음를 탐색하는 상징적 장소가 된다.

나는 그들이 남긴 마지막 흔적 곁에 조용히 머물러보고자 한다. 누군가의 삶을 대신 이해하거나 말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마지막 자리에 가까이 다가가, 아주 미세한 감각을 함께 느껴보고 싶다. 그 감각이 발현되는 것은 ‘함께 있음’보다는 ‘곁에 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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