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산, 성남, 전주문화재단이 각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교류전시를 3년에 걸쳐 진행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 문화예술 발전과 확산을 이루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목적이었다. 부산문화재단에서는 운영 공간 중, 시각예술 레지던시인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를 추천하기로 했다. 2024년 성남 큐브미술관에서 첫 교류전 <춤추는 도시, 도시의 리듬>을 개최했다. 나는 F1963 담당자였다. 2025년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두 번째 교류전 <보이는 것이 닿는 일이 될 때> 전시를 개최했다. 나는 F1963 담당자였다. 그리고 2026년, 부산 F1963에서 마지막 교류전을 개최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F1963 담당자였다.
F1963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여 시민과 문화예술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이러한 장소에서 세 지역 작가들의 만남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지난 2년 동안 재단 운영 공간의 예술인들은 타 지역 예술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교류를 이어왔다. 각 기관의 담당자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작가를, 그리고 작품을 빛내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 환대와 노력에 감사와 예우로 답할 차례였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사연 없는 전시는 없기에. 개인적인 고비를 더하고서라도 애착이 갈 수밖에 없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다> 제목은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구절에서 가져왔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는 문장처럼, 익숙하고 평범한 것들 속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발견하는 작품들로 꾸려졌다. 옛 와이어 공장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약 600평 규모 공간에서 서로 다른 12개의 우주가 펼쳐졌다. 지역과 세대, 작업 방식은 다르지만 작가들은 저마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감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전시는 우리의 일상 속에 번져 있는 흔한 풍경과 감각, 감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 똑같은 바다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파도를, 누군가는 바다와 맞닿은 수평선을, 누군가는 모래사장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들이 그러한 감각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예술은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는 일이며, 전시장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비밀정원 같은 공간이다.
작가들에게 작품과 작업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 인생만큼의 우주를 만난다. 누군가는 익숙한 풍경에 감정을 더하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세상에 없을 듯한 풍경을 그린다. 스치는 바람, 흘러가는 구름에 마음의 조각을 담아 무궁무진한 세계를 펼친다. 우리가 매일 겪는 하루의 어떤 순간은 작가의 시선에 담겨 오래 기억될 장면으로 남아 이야기를 품는다. 죽은 나무와 오래된 기억은 작가의 손에서 새로운 형태로 빚어져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작품의 재료와 소재는 우리의 일상에 흔한 것들이다. 예술적 감성과 감각은 멀리 있지 않다.
성남문화재단과 전주문화재단이 뜻을 모아 이어온 3년간의 교류가 부산에서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었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도록 마지막 교류전을 위해 훌륭한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고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전시장을 찾는 분들이 한 점의 작품에서 우주를 보고, 찰나의 순간에 영원을 담아가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