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나와 펠릭스'라는 듀오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나나): 이바구길과 그 위아래의 동네들, 영주동, 수정동, 보수동 같은 곳들이 저희에게 크게 다가왔습니다. 저희가 지난 10여 년 동안 해온 작업은 발전과 개발을 위해 계속 나아가는 사회가 남겨놓은 것들, 혹은 남기고 가는 흔적들을 포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동네에 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곳들이 계속 없어지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오고, 언젠가는 이곳도 사라지겠지 하는 애잔함이 있습니다. 저희에게 영주동이나 수정동, 보수동 같은 동네들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동시에 사람이 거의 없고 어둡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소들입니다. 그런데 ‘개발이 안 된 것’이 곧 나쁜 것처럼 여겨지는 인식은 늘 답답하게 다가왔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정해놓고 시작하기보다는, 눈길을 끄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거나 영상으로 기록하고, 사운드를 녹음하면서 리서치 과정을 거칩니다. 그렇게 모인 것들이 그때그때 저희가 느끼는 인상과 연결되고, 그 인상을 이해해 가는 과정 속에서 작업으로 조합됩니다. 그런 점에서 장소는 배경이 아니라 작업의 일부가 됩니다.
(나나): 현재 가장 큰 주제는 ‘안전의 건축’입니다. 예를 들어 광안리에서 이기대 쪽으로 가는 길에 경찰서에서 만든 공익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배경으로 하고 그 뒤쪽에는 엘시티나 마린시티 같은 풍경이 보이는데, 그 이미지는 어두운 골목은 치안이 불안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런 시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새롭고, 반짝반짝하고, 환하게 만드는 환경이 정말 안전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왜 안전이라는 언어가 그런 방식으로만 흘러가는지도 알고 싶고요.
(펠릭스): 한국에서는 동네 전체를 허무는 일이 너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개발과 재개발은 어디에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보통 건물 하나씩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동네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느 동네에 가든 “축하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 같은 것이 걸리기 시작하면, 이곳이 곧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새로 이사 온 동네에도 이미 그런 현수막들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사는 장소가 조금씩 변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느낌은 매우 이상합니다.
삶에서 안정적인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라짐의 규모와 완전성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나나): 안전과 발전의 이름으로 모든 것이 없어지고 다시 새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안전과 보안이라는 아이디어가 개발과 발전을 위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저희는 계속 걸어 다니면서 새로운 것들의 영향을 받고, 그에 따라 작업의 방향도 조금씩 바뀝니다. 결국 어떻게 하면 가장 진실한 것을 반영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합니다.
(펠릭스): 저희 작업은 늘 우리가 사는 곳, 걷는 곳, 마주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줍니다. 부산에서 바다 가까이에 살고 있다는 사실, 이곳에서 사는 것이 훨씬 편안하다는 사실은 이미 저희가 작업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피로감이나 긴장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사람들이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고, 덜 짓눌려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저희가 아직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좋은 것만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반나절 쉬고 바다에 갈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남은 한 주 동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이미 저희의 작업과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나나): 저는 부산의 어둠, 프라이버시, 약간의 비밀스러움이 좋습니다. 저희는 안전과 보안에 대해 말할 때, 반대로 신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계속 감시를 하면 오히려 신뢰가 사라집니다. 계속 감시한다는 것은 결국 서로를 믿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이고, 약간은 비밀스럽고 어두운 곳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부산에는 혼자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앉아서 머물 수 있는, 약간은 어둡고 사적인 장소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것들을 작업을 통해서도 더 확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의 작업보다는, 관객이 전시 환경 안에서 같은 풍경을 조금 다르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로를 조금 더 믿자는 것입니다. 관용과 믿음. 더 믿고, 덜 감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