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질문하고 실험하며, 아직 없는 미래를 만들다 _예술과 과학, 환경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EEDA 안혜정’

글. 옥순주

하천의 물을 따라가면 바다에 닿는다. 버려진 사물을 따라가면 쓰레기의 문제와 만나고, 썩고 사라지는 재료를 들여다보면 다시 환경을 생각하게 된다. 안혜정의 작업도 그렇게 하나의 질문에서 또 다른 질문으로 흘러왔다.

그가 대표로 있는 EEDA(이다)는 ‘Educational Technology, Engineering, Design, Arts’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교육공학·기술·디자인·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나 예술·과학 융합 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2017년 설립됐다. 이후 환경과 생태, 과학기술을 문화예술과 연결한 교육과 전시, 융합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이 작업들 사이에는 하나의 태도가 흐른다. 질문하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것. 기장의 작업실에서 안혜정 작가를 만나 아직 정답이 없는 예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쓰레기가 되기 전의 시간을 생각하다

이번 호 <웹진 공감 그리고> 주제가 ‘예술과 미래’입니다. 안혜정 선생님의 작업들이 주제와 만나는 지점이 있어서 모시게 됐는데요. 먼저 어떤 작업을 하는 예술가인지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이다의 안혜정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N잡러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예술과 과학을 융합해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학교에서 수업도 진행하고 있고, 전시 콘텐츠와 관련된 기획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여러 가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 중입니다.

선생님 작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경험이나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지는 데 영향을 준 사람이나 사건이 있을까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을 계속 확장해 왔어요. 지금까지 해 온 작업을 시간순으로 돌아봤더니 대부분 환경과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개구리 해부 교구에서 시작했고, 미세먼지에 반응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어요. 전반적으로 살펴 보니 지구 환경과 기후위기에 관한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영향을 준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약학을 전공하신 아버지께서는 늘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며, 실험과 탐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몸소 보여주셨거든요.

기장에 작업실을 마련하신 것도 환경에 대한 관심과 연결되어 있나요?

네, 그렇게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21년 아르떼(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회를 마주하는 N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구체화됐어요. 당시 서울에는 한강이 있고 부산에는 낙동강이 있으니, 강과 하천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생각해 보면 문명도 강을 따라 발달했고, 그 주변에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쌓여 있잖아요.

최근에는 철마에서 아이들과 EM 흙공을 만들어 하천에 던지는 활동을 했어요. 흙공 하나를 던지면서 “이것으로 강이 깨끗해질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거죠. 강물은 흘러 결국 바다에 닿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다와 연결된 환경을 아이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작은 행동은 바다와 어떻게 이어질까’ 같은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이곳 기장에 자리 잡은 것도 좌광천을 중심으로 환경 개선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안혜정 작가의 작업실 풍경

선생님이 하천 환경과 관련된 작업을 해 오다 보니 수생태에도 관심을 가지고 관련 프로그램도 만드신 걸로 아는데, 그런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진행해 볼 생각이신 건가요?

네, 물의 환경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강과 하천에는 다양한 수생태계 생물이 살아가지만, 이를 문화예술교육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저는 주로 시각예술 분야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는데, 수생태는 제게도 낯선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생태 전문가, 문화예술가와 함께 협업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시각예술을 넘어 연극과 기술 영역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수생태계 생물을 더 잘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해 보려고 합니다.

선생님의 이러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는 어떻게 이어졌나요?

제가 좋아하는 섬유 작가 피경지 선생님이 바이오 플라스틱을 연구하고 계셨어요. 물론, 지금도 하고 계시고요. 저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시도해 보라고 키트를 권해주셨어요. 그 무렵 저는 쓰레기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쓰레기를 다루다 보니 어느 순간 ‘쓰레기가 된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쓰레기가 되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 파라다이스문화재단에서 김대희 작가님의 ‘미생물 지도 만들기’ 프로그램을 접했어요. 수생태계의 물을 전자음악으로 전환하는 작업이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이것을 내가 하고 있는 작업과 연결할 수 없을까?’라는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겼고, 그 질문이 기존의 콘텐츠를 확장시켰습니다.

쓰레기가 되기 이전의 상태에 대한 고민과 미생물을 활용했던 작업이 만나서 또 다른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관심이 이어진 것이네요. 바이오 플라스틱이 생소한 독자들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을 ‘플라스틱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플라스틱이 정말 많고, 플라스틱 없이 생활하기도 어렵습니다. 일반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500년가량 걸려 오랫동안 지구에 남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은 조건에 따라 생분해될 수 있어요. 바이오의 핵심인 미생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며, 주변 환경과 미생물의 활동에 따라 분해 속도도 달라집니다.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계속 연구하고 실험해 볼 가치가 있는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바이오 소재는 크게 바이오 플라스틱과 바이오 텍스타일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젤라틴과 글리세린을 사용하는데 글리세린은 유연성을 담당합니다. 양을 달리하면 텍스타일처럼 좀 더 유연한 물성을 만들 수 있죠. 천연 재료를 넣을 수도 있지만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서 학교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연령과 수업 목적에 따라 재료를 조절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조건으로 만들어도 매번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계절과 날씨, 공간에 따라 마르는 속도가 달라지고 휘어지거나 딱딱해지는 정도도 달라져요. 바람이 부는 곳에서 2~3주를 말리기도 하고, 온풍이나 냉방, 선풍기 같은 조건을 변인으로 두고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재료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예요. 어쩌면 그 예측 불가능성이 다음 실험을 시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을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중요한 것은 ‘왜 이 재료를 사용하는가’예요. 진로교육인지, 일반적인 문화예술체험인지, 관찰과 실험이 중심인지에 따라 과정과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처음 중학생들과 2시간 수업을 했을 때는 아이들이 직접 실험하고 만든 것을 집으로 가져가길 원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실험 초기였고 수업시간 안에 결과물을 완성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실험을 한 뒤 미리 준비한 재료를 이용해 바람종이나 열쇠고리를 만들었어요. 최근에는 페트리 디시에서 직접 만들어 집으로 가져간 뒤 변화 과정을 관찰하도록 수업을 발전시켰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을 직접 만들고 결과물을 관찰하는 학생들(출처: 안혜정 작가)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지만, 아이들이든 가족이든 지역 주민들이든 그것을 일상 속 문제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먼저 함께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예술의 과정 안에서도 과학과 만나는 지점이 있고, 앞으로의 세대에게는 융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혼자만 고민하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면 좋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또 문화예술 안에도 탐구의 과정이 있지만, 바이오 실험에서는 재료의 양을 재고 변화를 관찰하며 추론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요. 그 안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이 있고, 저는 그런 태도 역시 예술가에게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상력과 미래 역량, 변화를 만들어 가는 힘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그 질문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라지는 것에서 예술을 발견하다

그렇다면 바이오 플라스틱에서 발견한 예술적 가능성은 무엇인가요?

저는 탐구하고 실험하면서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을 이야기할 때 아름다움이나 심미성을 많이 말하지만, 저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에도 예술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나면서 예전에 기획했던 ‘사물의 쓸모’라는 전시와도 연결됐어요. 사물은 쓸모가 없어지면 쓰레기가 되잖아요. 바이오 플라스틱도 만들다 보면 계속 실패합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는 몸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이 다시 생겨요.

참여자들과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아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감각을 열고 질문을 발견하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사물의 쓸모’ 전시에서도 그런 과정을 보여주셨나요?

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할지를 상상했어요.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이 작물은 그대로 있을까?’, ‘100년 후에도 같은 모습일까?’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함께한 작가 한 분은 사과가 여름에 썩어가는 과정을 관찰해서 작품화했는데 곰팡이가 만들어낸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운 거예요. 징그럽기도 하지만 경이롭기도 했죠.

그래서 전시에서는 완성된 결과물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과정,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모습, 곰팡이가 피고 사물이 썩어가는 변화, 사진으로 남긴 기록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까지 함께 보여줬어요. 결과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간 자체도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만나면서 예술과 교육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요즘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도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가 뚜렷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다만 협업하다 보면 예술가의 이야기보다 과학적 결과물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어요. 과학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예술가가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지, 그것을 어떻게 구체화했는지, 서로 어떻게 협업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 플라스틱 역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아직 모르는 재료예요. 생분해가 되기 때문에 버릴 수도 있지만 다시 고쳐 쓸 수도 있어요. 해외에서는 옷이나 가방 같은 디자인 제품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상용화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주식으로 치면 지금이 저점입니다. (웃음)

색과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난 바이오 플라스틱(출처: 안혜정 작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많이 활용하신다고 했는데, 작가님의 작업 방식을 바꾸고 있나요?

많이 바꾸고 있어요. 2019년에는 초등학생들과 미세먼지를 과학적이면서 예술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코딩으로 미세먼지에 반응하는 꽃을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그것을 전시 작품으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2021년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 기술 융합 사업’에 선정돼 실제 구현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어요. 아두이노가 타버려서 제품을 다시 구하러 간 적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코딩과 기술에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그래서 그때 완성하지 못했던 미세먼지에 반응하는 꽃을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크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람이 만지고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주변 환경과 미세먼지에 반응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다시 사라지는 작품이죠. 사물과 인간의 관계 미학을 바탕으로, 환경과 작품이 서로 반응하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또 하나의 도전으로 부산대학교 기술창업대학원에서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들어가 기술적인 부분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이제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직접 해결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야말로 예술적인 부분과 교육적인 부분을 과학적으로 결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하시는 방향성을 가지고 계신 거네요. 그렇다면 새로운 기술은 미래의 예술가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예전에는 제가 예술과 과학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떻게 만들었어요?”, “자료나 레퍼런스를 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쉽게 줄 수 없었죠.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패하면서 얻은 결과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무언가를 구현하는 길이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과거에는 예술가가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서 해결해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질문하는 사람이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기술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에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구현하고 싶은가’입니다. 생각과 목표가 있어야 기술도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완성된 바이오 플라스틱 샘플을 설명하는 안혜정 작가

실패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

예술 활용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고, 결과물의 가능성은 확장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럼 이렇게 끊임없이 도전을 하는 ‘안혜정’이라는 사람을 가장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실패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성공해서 “만들고 싶었는데 구현됐다”라고 끝났다면 그다음은 없었을 거예요. 계속 실패하다 보니 다음으로 가게 됩니다. 미세먼지에 반응하는 꽃도 아이들과 수업해 보니 부족한 점이 보였어요. 그러니까 더 제대로 만들고 싶고, 상용화하고 싶고, 제품화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방석에 앉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웃음)

지금 저에게는 미세먼지도 있고, 바이오 플라스틱도 있고, 흙공도 있고, 수생태도 있어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들을 하나씩 결과물로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이번에는 뭔가 좀 부족했다. 그러면 그다음 번에 뭘 한 스푼 좀 얹어야지.”라고 하는 실패 속에서 계속 성장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웹진 공감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실패를 여러 번 경험하고, 그것을 하나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예요. 기술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하고, 그 과정을 함께할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주변에 여러 동료 작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바이오 플라스틱도 공부할 수 있었고, 해부 교구도 만들 수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해온 작업 가운데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예술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질문을 건네받으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협업하는 것이 예술가의 힘일 수도 있습니다.

시골에서 여치를 잡고 무덤가를 뛰어다니며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놀았다는 안혜정 작가. 그는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는 일을 찾아 탐구하고 질문하며 신나게 놀고 있는 듯 보였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하는 그의 태도 속에서, 아직 오지 않은 예술의 미래를 조금은 먼저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안혜정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전시를 기획하며, 환경과 생태, 과학과 기술을 예술의 언어로 연결한다. 최근에는 바이오 플라스틱과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작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 옥순주
연극을 사랑하며 그 안에서 성장한 삶의 단상을 모아 <나의 페르소나 별이>라는 책을 썼다. 현재 연극을 활용한 치유적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자기서사극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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