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2024 공감그리고 겨울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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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각을 한다.
                     내 작품들은 대개 유연하게 왜곡된 육면체의 외곽선들이 공간을 가득 품고 있는 그런 것들이다.
                     또, 그 재료는 작품들에 따라 대리석이나 화강암 같은 석재도 있지만 대개는 브론즈나
                     스테인리스 혹은 철 등 주물로 된 금속들이다.



                     나의 작품들은 부산 어린이대공원을 비롯한 시내 곳곳과 양산의 여러 군데에서 볼 수 있고,
                     양산에 있는 ‘권달술의 조각마당’에는 야외 전시의 형태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더러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우리 모두는 너무나 가난했었다.
                     나는 전쟁 무렵인 1950년에 초등학교엘 들어갔었다.
                     새 연필을 살 형편은 못되었기에 집에 있던 유일한 몽당연필의 새 주인이 된 나는 종이 쪼가리만
                     보이면 뭐든지 그리곤 했다.
                     어느 날 부잣집 아이 하나가 새 대자(대나무 자) 하나를 가지고 와서는 공책에 이런저런 직선을
                     멋지게 그려 보이며 폼을 잡는 것이었다.
                     나는 이때까지 그런 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그것이 그려내는 똑바른 직선들이
                     너무 멋있고 신기해서 내심 부러웠다.
                     나는 당장에 과감하게 그러나 조용하게 공책을 한 장 찢어 접고 접어 그 대자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고는 그 아이의 흉내를 내듯 4각형도 그리고 6각형도 그려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럴듯해 보였지만 자꾸 그릴수록 중간에 꾸불거리는 부분이 생기곤 했다. 그래도 나는
                     여러 모양들을 신명나게 그리곤 했다. 그런데 나의 그 종이 자는 얼마 가지 않아 종이의 연약함
                     때문에 구불거리기 일쑤였다.



                     새로운 작업을 모색하던 2007년 어느 날, 우연히 50년도 훨씬 이전의 그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때 내 불만이었던 그 꾸불거리던 선들이 인간적인 그리움으로 다가오면서 갑자기 그
                     기억과 결부된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어졌다.
                     곧바로 그때 종이 자로 그렸던 여러 모양들을 떠올리며 주변의 종이들에 볼펜으로 스케치를
                     하고, 여러 갈래로 조형적 가능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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