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재미와 사람을 잇는 창작의 통로 _톨게이트

글. 박재현, 김지원

한성1918 BCP 창작스튜디오와 톨게이트

톨게이트는 어떤 팀인가요?

(양상훈 / 오브제 디자인): 톨게이트는 경성대 인근 ‘노드 아트홀’이라는 공간에서 친구들끼리 놀다가 “각자 하고 싶은 걸 해보자”며 세 명(김진우, 양상훈, 천일해)이 모여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스물일곱 살이었는데, 부모님이 걱정을 되게 많이 하셨어요. 제가 예술을 하고 싶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돈은 어떻게 벌고 가족은 어떻게 챙길 거냐’며 우려하셨죠. 그즈음에 제 친구들도 현실적인 문제로 꿈과 개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안정적인 삶을 위해 타협하는 친구들이 계속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자는 의미로 만든 팀입니다. 꿈으로 향하는 ‘통로’가 되자는 뜻에서 이름도 ‘톨게이트’로 짓게 되었습니다.

톨게이트의 시작점이 된 '노드 아트홀'은 어떤 공간이었나요?

(김진우 / 사운드 디자인): 경성대 인근에 있었던 문화복합공간입니다. 공연장으로 운영되기도 했고, 시기에 따라 공간의 역할과 용도가 유기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천일해 / 영상·3D 디자인): 공연, 전시, 파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졌고, 친구들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저희가 해왔던 대부분의 작업도 그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양상훈 / 오브제 디자인): 저희에게는 “하고 싶은 거 해야지”라고 말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나 함께 만들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톨게이트가 되었습니다. 집보다 더 자주 갔던 곳이었고, 다 같이 직접 공사를 하고 거대한 로봇 머리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톨게이트의 시작점이 된 노드 아트홀의 풍경

공간이 사람을 이어주고, 그 인연이 톨게이트로 이어진 것 같네요. 팀원들이 각자 맡은 포지션이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요?

(김진우): 사운드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진우입니다. 사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를 시각적인 요소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사운드를 중심에 두고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이 다른 팀원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양상훈):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담당하는 양상훈입니다. 은세공을 전공해 공예 작업을 하고 있으며, 스테인리스 작업이나 구조물 제작 등 다양한 제작 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천일해): 영상과 3D 그래픽 작업을 하는 천일해입니다. 주로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의 연결 지점을 설계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뚜렷하다 보니, 팀으로 뭉쳤을 때 발현되는 개성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톨게이트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진우): 차별점이라기보다는 다른 점이 있다면, 저희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배경지식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저희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바라보고 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거칠더라도 솔직하고 순수하게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저희의 가장 큰 무기라 생각합니다.
(천일해): 맞습니다. 저희는 기존의 작가 씬이나 레지던시 문화를 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순수하게 친구들끼리 모여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오던 팀이었는데, 주변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과 지인들의 추천으로 “한번 도전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 한성1918 BCP 창작스튜디오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김진우와 천일해의 작업물

한성1918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BCP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시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공간에서 다 같이 작업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공간이 주는 첫인상은 어땠나요?

(양상훈): 무엇보다 시설이 정말 좋더라고요. 저희는 늘 어둑어둑한 지하 공간에서 작업을 많이 했는데, 여기는 볕도 잘 들고 환기도 잘 돼서 쾌적합니다. 특히 지금 사용하는 공간이 코너 자리인데, 둥글게 돌아가는 형태가 마음에 들어서 소파도 그걸 배경으로 두었습니다. 공간의 모양 자체가 참 마음에 듭니다.
(김진우): 한성1918이 원래 은행 건물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은행은 20대부터 80~90대 어르신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이잖아요. 지금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저는 한성1918을 중심으로 이 동네가 다시 한번 시끌벅적한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천일해): 기존의 형태를 무조건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은 수선하고 덧붙이면서도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리모델링을 참 섬세하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특히 청자홀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중앙동 프로젝트는 진행 중

입주 후 현재 진행하고 계신 ‘중앙동 건축 아카이빙’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양상훈):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의 중앙동을 실제 작품과 디지털 공간, 두 가지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중앙동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 자체를 건물의 형태에 이식하는 것을 하나의 방향성으로 삼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공예, 사운드, 영상, 건축 등 서로 다른 분야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이번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한 건축 담당 멤버도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해 온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건축’이라는 하나의 형태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천일해): 건물은 오랜 시간 사람들과 함께 존재해 온 구조물입니다. 형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건물은 언제나 사람들의 삶과 기억, 역사를 담고 있죠. 저희는 늘 같은 형태의 작업을 반복하기보다, 과정에 따라 결과물이 계속 변화하는 유기적인 작업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과 각자의 기록 방식이 자연스럽게 건축이라는 매개체 안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건축 아카이빙’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낸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천일해): 중앙동에서 발견한 이야기와 감각을 건물이라는 형태에 남겨둔다면, 먼 미래에도 누군가에게 분명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건축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진우): 개인적으로 그동안 ‘나 자신’을 중심으로 작업을 해왔다면, 이번에는 건축물과 공간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기록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배우고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산 원도심의 중심이자, 역사적인 건물이 유독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중앙동입니다. 중앙동을 선택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천일해): 중앙동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저희가 중앙동에 ‘이끌렸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중앙동은 오래된 건물과 사람들의 흔적이 아직 짙게 남아 있는 곳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는 것들이 곳곳에 남아 있기에, 저희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양상훈): 예전에 천일해 작가가 “건물은 스펀지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 지어지면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아 모든 것을 흡수하니까요. 중앙동 역시 오랜 역사를 가진 동네라 건물 곳곳에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습니다. 벽이 부서진 자국, 사람들이 생활에 맞게 고쳐 쓴 흔적들 모두가 시간과 역사,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 긴 이야기를 건축물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천일해): 중앙동에는 깨지고 부서진 흔적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희가 사람들을 좋아해서 처음 만난 분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말을 잘 거는 편인데요. 중앙동 주민분들은 그런 흔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특별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낡은 것을 그저 새것으로 바꾸는 데 집중한다면, 이곳 사람들은 작은 조각 하나에도 자신만의 기억과 이야기를 담아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 동네와 깊이 교감해야만 가질 수 있는 시선이구나’를 느끼며 더욱 끌리게 되었습니다.
(김진우): 저에게는 개인적인 향수도 있습니다. 어릴 때 초량동에서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남포동과 중앙동은 늘 가까운 생활권이었습니다. 장난감을 사러 가거나 만화책을 보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던 따뜻한 기억들이 남아 있죠.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중앙동을 바라보며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제겐 큰 의미입니다.

지역성 측면에서 중앙동이 작가분들에게 다정한 영감을 많이 내어준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안에서 각자는 어떤 방식과 역할로 중앙동을 아카이빙하고 계신가요?

(천일해): 저는 건축물에 담길 재료와 이야기들을 조사하고 기록합니다. 현장에서 수집한 이야기와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이를 저희만의 언어로 번역하는 미디어아트 작업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김진우): 저는 공간을 탐구하고 소리를 채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음악 작업을 할 때 샘플링을 활용하듯, 현장의 소리를 기록하고 수집하는 과정이 제게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거리를 걸을 때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채집한 사운드들을 미디어아트와 결합해 저희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양상훈): 저는 프로젝트의 매개체가 될 건축물을 직접 제작합니다. 또, “중앙동 한 바퀴 돌자”, “저 어르신께 말을 걸어보자”라며 행동을 제안하는 역할도 하죠. 작품 제작만큼이나 사람들을 만나고 이 기록의 ‘이유’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동을 걷고 주민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결국 작품에 담기게 되니까요. 이 작업은 그저 저희만의 작품이 아니라, 2026년 중앙동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기록입니다.

미래에 무엇을 함께 남기기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신데, 계속 부산에 머물며 작업을 이어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양상훈): 부산 사람들은 다 비슷할 것 같은데, 그냥 부산이 좋습니다. (웃음)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산 친구들 특유의 분위기와 정서가 있어요. 서울로 간 친구들을 보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이 지쳐 있더라고요. 반면 부산에서는 친구들과 편하게 어울리며 지낼 수 있고, 저희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도 더 잘 맞습니다.
(김진우): 사실 저도 2년 전쯤에는 서울로 갈 계획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오가며 활동했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다녀올 때마다 생각보다 쉽게 지치더라고요. 부산에는 바다와 산이 있고 자연의 소리들이 있습니다. 그런 환경이 주는 심리적 안정이 큽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로 피로해지는데, 부산에서는 작업에 더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 계속 머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양상훈과 천일해의 작업물

작업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지향점이 있다면요?

(천일해): 무조건 ‘재미’있어야 합니다. 지루한 건 정말 싫거든요.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 해야 할 말은 하되, 상대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우): 저 역시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할 때도 청각적인 쾌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결국 각자의 언어로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고, 무엇보다 우리 다 같이 재미있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상훈): 재미있어야 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저희의 2026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또 그걸 넘어서는 게 목표입니다. 저는 정말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매 순간 후회 없이 살고 있거든요. 재밌게 살다가 남길 거 확실히 남기고 가는 게 지향점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관람객들이 무엇을 발견했으면 하나요?

(양상훈): 톨게이트라는 팀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도 결국 “같이 살자”입니다. 같이 만들고 같이 살아가자는 거죠. 관람객분들도 많이 오셔서 같이 놀고, 먹고,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중앙동 주민분들, 도와주시는 재단 직원분들 모두가 이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우): 건축 아카이빙을 다루고 있는 만큼, 작품을 보러 오신 분들도 지금의 중앙동을 직접 한번 걸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시선으로 동네를 바라보고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길 바랍니다.
(천일해): 미래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2026년 중앙동의 감각을 잘 남겨두고 싶습니다. 훗날 누군가 이 기록을 보며 “이런 곳도 있었구나”,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며 한 번쯤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벅찬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부산 지역 창작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일해): 저 같은 사람도 해내고 있으니, 안 될 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진우): 같이 재미있게 한번 잘 살아봅시다!
(양상훈): 너무 쫄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다 같이 놀면서 재밌게 합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게 될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천일해): 저희가 꾹꾹 눌러 담아 진심으로 준비한 이야기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친구(김진우)는 아마 음악으로 대신 말할 것 같네요.
(양상훈): 앞서 장난스러운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다 잊어주시고, 저희의 진심은 ‘작품’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톨게이트를 표현하는 각자의 단어들

(천일해): 재미요. 재미입니다.
(김진우): 저는 소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상훈): 사람입니다.
톨게이트 양상훈
금속 공예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사물의 형태와 기능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확장하는 작가
톨게이트 김진우
사운드를 중심으로 시각예술과 기술을 연결하며 다층적인 감각 경험을 설계하는 프로듀서
톨게이트 천일해
3D 아트와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일상을 감각적인 시각 언어로 재해석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글. 박재현 /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2팀 대리
10년 전 부산에 왔다가 부산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현재진행인
글. 김지원 /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2팀 사원
저마다 다른 빛을 품은 공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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