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부산이라는 정박지에서 떠오른 것들
_부산디자인페스티벌

글. 심규리 / 부산문화재단 소통홍보팀 사원

디자인으로, 잇는 축제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은 단순히 디자인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다와 항구의 도시 부산은 오랫동안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고 쌓여 온 공간이었고, 이번 페스티벌은 그 특성을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며 지역성과 사람들의 삶을 함께 비추고 있었다. 규모 면에서는 지난해보다 다소 축소되었지만, 기획관의 다양화와 디자인 스폿의 확장, 대만 디자인관 참가를 통한 글로벌 교류 확대, 그리고 2028 부산 세계디자인수도 선정에 따른 도시 비전 제시를 통해 오히려 확장성과 미래 지향성을 더욱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부산의 바다, 항구, 골목길, 그리고 지역 산업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이는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지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를 페스티벌의 키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산을 하나의 배로 보고, 그 안에서 오랜 시간 쌓여 온 교류를 선적물에 비유하며, 지역과 사람들의 드나듦을 통해 부산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이야기: 참여와 교류의 장

이번 페스티벌은 관람객이 단순히 ‘보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체험하고 의견을 나누는 장으로 확장되었다. 워크숍과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 학생, 디자인 전문가, 지역 기획자들이 함께 어울리며 디자인을 매개로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자리에서 만난 창작자들과 미래 창작자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에서 디자인으로 어떻게 소통하고 기획해 나가고 있는지를 담아보았다.

지켜봐요 연구소, 이지은 대표

: 부산 수영구, 버려지는 물건으로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는 연구소

부산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고, 어떤 계기로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빠른 소비로 인해 많은 물건이 쉽게 버려지는 요즘, 저는 작은 것 하나라도 쓸모를 찾아내고 어떤 형태로든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물을 본 분들 가운데 각자의 일상에서도 직접 실천해 보는 경우가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움직임을 더 널리 확산해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작품들에 그리움들이 묻어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셨는지요?

이번에 참여한 공예소품전의 주제는 ‘집’이었습니다. 타지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느낀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아파트에서 겪는 여러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작업에 담았습니다. 다만 ‘벗어나고 싶다’는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부산의 활기와 새로운 기회에서 느낀 희망을 알록달록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재료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작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 간 이동과 정착은 작가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전주, 제주, 서울, 그리고 지금은 부산까지 여러 지역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역 간 교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특색이 있는 지역 간 교류는 한 곳에서만 살아 온 분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의 가치관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BOY MEETS GIRL STUDIO, 박초희 대표

이번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이번 BDF에 ‘발견하는 마음’이라는 콘셉트로 구성한 전시로 참여했습니다. 발견하는 것들에 담긴 나의 마음, 그리고 나의 마음을 통해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을 ‘발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의미 있게 살아 보자는 이야기를 담아 전하고 싶었는데, 많은 분이 관심 있게 봐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활동하고 계신 제주 지역의 특징이나 경험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7년 전 제주로 스튜디오를 옮기며 새롭게 경험한 것들이 작업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자연과 가까워지면서 기존의 감각을 더 자주, 더 깊이 느끼고 사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로 바다를 작업 소재로 삼는 이유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일부러 의도했다기보다는 제가 놓인 환경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그런 질문을 듣고 나서야 ‘우리 작업에 바다가 많이 등장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 콘셉트인 ‘발견하는 마음’ 역시 제주의 환경과 지역색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노을, 숲, 바다 등을 자주 바라보게 되니 더 깊이 들여다보고 느끼게 되었던 감정들을 시각화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지역 간 교류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원래 활동했던 지역은 서울이었는데요. 서울을 벗어나면서 지역마다 다양한 개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는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를 잘 묻지 않거든요. 그런데 서울을 벗어나니 그 질문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지역마다 다르다는 뜻이겠죠. 지역 문화는 서로 다른 만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또 그에 영향을 받는 과정에서 그 지역만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고유한 로컬 아이덴티티들이 서로의 시각을 공유하고 자극받으며, 다양한 방식의 결합과 협업을 통해 재미있는 시도와 창작물들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DESIGN ALL IN ONE, 권영지 CPO

디자인올인원, 이름만 들어도 명쾌한데요. 부산에서는 생소한 플랫폼인데, 어떤 플랫폼인가요?

안녕하세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를 연결하는 플랫폼 ‘디자인올인원’입니다. 디자인올인원은 지난 5년 동안 정말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죠. 특히 최근 1년은 방향성이 확실히 자리 잡은 시기였어요. 단순히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를 연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디자이너들이 실무 중심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강화했습니다. 지금까지 약 2,000명의 멤버들과 깊이 소통하면서, 디자이너들이 커리어 속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과 갈증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경험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재미있는 점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분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왜 디자이너와의 소통은 이토록 어려운지’에 대한 갈증이 늘 있으시더라고요. 디자인올인원의 교육은 늘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 의도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두 주체의 고민을 한자리에서 직접 듣고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서는 ‘디자인올인원 서비스센터’라는 콘셉트로 참여했습니다. 문제를 진단하고 고쳐주는 서비스센터처럼, 저희가 전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브리지(Bridge)’입니다. 디자이너에게는 실무 능력을 키워 커리어업으로 나아가는 브리지가 되고, 클라이언트에게는 디자이너와의 언어 장벽을 허물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게 하는 브리지가 되겠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문화 기획을 하다 보면 많은 분과 소통하게 되고, 특히 디자인 분야는 전문 분야이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꼭 필요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디자인 교육 서비스 제공을 넘어 커뮤니티로서의 방향성을 확고히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디자인올인원이 왜 단순한 교육을 넘어 ‘연결하고 조율하는 커뮤니티’에 집중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려면, 저의 이전 경험을 살짝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이전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일하며 예술가와 시민을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참 흥미로웠던 건, 좋은 예술가와 좋은 관객 사이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친절한 매개자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예술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을 배웠죠.

현재 제가 몸담고 있는 디자인 영역도 이와 아주 비슷합니다. 무형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요. 종종 디자이너들의 훌륭한 시각 언어를 클라이언트가 직관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해 소통의 오류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때 누군가는 중간에서 번역기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디자이너에게는 ‘당신의 디자인을 클라이언트의 언어로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알려주고, 클라이언트에게는 ‘디자이너와 어떻게 대화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가?’를 가이드해 주는 것이죠.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 ‘연결/매개’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체감했기에, 지금 디자인올인원이 브리지의 역할을 자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디자인 직무, 지역 간 협업과 기획자들의 교류가 창작 생태계와 로컬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예전에는 각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다 보니 우리 지역 일은 우리 지역을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안전하다고 여겨, 지역 내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죠. 그렇지만 요즘에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경계 없이 협업을 하곤 합니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지역의 창작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지역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만남이 많아질수록 전국의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고, 더불어 로컬 비즈니스도 풍성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스티벌 일반 참여자, 취업준비생 유동현

이번 페스티벌이 첫 참여로 아는데, 디자인 직무적인 부분에서 이번 페스티벌은 어땠나요?

이번 경험은 저에게 굉장히 뜻깊었습니다. 부산에서 디자인 분야의 진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평소 쉽게 만나기 어려운 전문가들을 직접 뵐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세션을 통해 현업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실무 경험을 현실감 있게 들을 수 있었고, 해외 유명 디자인 에이전시가 실제로 디자인 콘셉트를 도출하는 과정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경험은 제가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와 콘셉트를 만드는 디자이너를 넘어, 브랜드의 코어밸류와 비즈니스 맥락 같은 추상적인 언어를 디자인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아트 디렉터’라는 진로를 더 분명히 그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디자인을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브랜드와 사람을 연결하는 전략적 언어로 바라보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지역과 사람을 이어가는 힘

매년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은 지역성과 사람을 중심에 두고,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교류는 어느 분야에서든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를 통해 열리는 수많은 가능성은 부산을 넘어 다양한 지역의 창작자들이 함께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교류의 장이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많이 마련되어, 서로 다른 지역과 사람들이 감각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심규리
부산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기획자와 예술가를 찾고 있는 소통홍보팀 사원
이전 페이지 제일 위로 다음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