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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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그리고 , 엶
새벽 네 시의 키득거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일 년에 삼분의 일을 넘긴지 몇 해가 지났다. 새 마음 새 뜻으
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헐값에 팔아버린 카메라가 부메랑처럼 다시 내 손에 쥐어진 때부터
였다. 섬세한 손끝이나 대단한 통찰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목표가 설정된 이상 끝을 보는 능
력이 있는 걸 잘 아는 나이기에 그 능력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타겟은 뜬금없게도 과학
과 공학이다. 문과에 미대 출신이라 비로소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나만의 합법적 놀잇감이기
때문이다. 작업을 빌미로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보려는 다방면의 노력에 많은 친구(주로
동성)들이 부러워한다. 한껏 들뜬 방구석 연구원은 찾아가고, 서치하고, 질문하여 A4 백 장
이 넘도록 자료를 수집한다.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그것을 또 해체하고, 나열하고, 분류하여
조합한다. 반 년을 책상을 부여잡고 밤새 낄낄거리다 붕 뜬 하루를 보내면 정신 차릴 새 없
이 시간이 흘러간다. 어느덧 전문가가 되어있는 나는 또 다음 과정을 찾아가겠지.
비단 나에게 작업이라 함은 기약 없는 신세일수록 뜬구름 잡고 있진 않는지 되뇌이고, 동시
에 작업이라는 매개물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존재하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분류하
고 체계화하는 행위, 책임과 경험의 교차점이라 볼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이미지는 과정의 끝
을 서사하지만, 나 자체는 그 과정 사이 간극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지도로도 볼 수 없
는 오지에서의 취침, 기밀 구역을 넘으며 덜덜 떠는 새벽, 사고를 수습하고 겨우 먹는 저녁
때문에 펜과 카메라를 든다.
이재균
B.1995 수집과 작업 사이의 묘한 형태를 배열하는 사람.
비물질 논쟁에 사진만큼 좋은 매체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이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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