앝 ART! 부산한 예술생활

사람과 사람

함께 만든 순간들 - 협업예술 현장 스케치 Ⅱ

글 박성준, 사진 극단 아이컨택

협업예술

: 두 명 이상의 예술가가 만나 새로운 창작을 이루다

공연예술에서 협업은 뻔하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연극인으로서, 매 작업마다 다양한 예술가들과 만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공연예술을 위한 뻔한 협업보다는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만나 새로운 시도와 융합을 만들어낸 특별한 사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 중심에는 부산에서 '핫'하다고 (물론, 제 기준입니다) 소문난 극단 〈아이컨택〉의 양승민 대표가 있다. 올해 〈아이컨택〉은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에든버러 페스티벌 내 예술인 교류 프로그램인 '에든버러 모멘텀 프로그램'에 한국 대표 문화사절단으로 참가한다. 또한 6-7월에는 《틀 에디션: 일장춘몽》으로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 연극제, 폴란드 크라쿠프 울리차 축제 등 유럽 주요 공연예술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대단한 업적들을 잠시 접어두고 그와 내가 작년에 함께했던 협업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작년, 양승민 대표는 부산문화재단의 상시 지원 사업을 통해 '인구소멸보고서: 폐교의 독백'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주제는 '우리 사회의 인구소멸 문제', 장르는 '이머시브 전시 퍼포먼스'라고 했다. 처음 들어봤다. 당시 그는 이 프로젝트를 함께할 제작팀을 꾸리고 있었고, 감사하게도 나에게도 제안이 왔다. 프로젝트는 실제 폐교 공간을 활용해 인구 소멸 문제를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이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이 주제 아래 모여 함께 협업을 시도하고 있었고, '폐교에서 예술 활동이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주저하지 않고 참여를 결정했다. 결국 내가 운영하는 극단 〈아티〉가 코디네이터 협업 단체로 함께했고, 작가로는 남태이, 박용희, 백보림, 오우주 작가가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엔 폐교 섭외가 수월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폐교뿐 아니라 일반 학교 공간도 검토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인해 학교 공간 개방이 쉽지 않았다. 결국 폐교는 포기하고, 대신 폐교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수소문 끝에 도착한 곳이 초량에 위치한 '초량재'였다. 프로젝트는 그곳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이후 작가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연극, 미디어 아트, 설치 미술, 퍼포먼스 등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예술가들이 '폐교'라는 상징적 공간을 재해석했다.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나 공연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그 공간을 걷고, 보고, 듣고, 참여할 수 있는, 양 대표가 말한 바로 그 '이머시브 전시 퍼포먼스'였다.

관객들은 사라진 아이들의 흔적이 남은 의자, 소멸 이미지가 반복되는 칠판, 인공지능이 재해석한 인구 정책 포스터, 그리고 폐교 속 '마지막 교사'의 독백을 마주하며 현재의 위기와 미래의 공허를 체감했다. 이 작업은 더 이상 아이들이 오지 않는 학교, 더 이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하게 했다.

시멘트 벽에 분필로 낙서하고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 선반에 진열된 여러 유리병 안에 보라색 조명으로 빛나는 해양 생물 형상의 전시물

이 프로젝트는 단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한 공간에 나란히 놓였다는 점에서 협업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전혀 다른 감각, 기술, 언어를 가진 예술가들이 아이디어를 조율하고, 각자의 시선을 하나의 메시지로 모아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다.

양승민 대표의 작업은 단발성 기획에 머무르지 않는다. 《폐교의 독백》을 시작으로, 앞으로 《폐가의 독백》, 《폐공장의 독백》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 흥미로운 시리즈가 부산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커뮤니티의 장이 되어 '협업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해 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