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넘어선 예술, 다시 지역을 깨우다
써드네이처에게 지역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지역에서 시작된 작업은 어떻게 세계로 향하고,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김소현 기획자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기소개와 국제 레지던시 경험을 나눠주세요.
버티컬 댄스컴퍼니 <써드네이처>와 '부산국제춤마켓(BIDAM)'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소현입니다. 써드네이처 작품 <묵언>가 2023년 부산거리예술축제에 초청되었고, 제1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과 연계된 행사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써드네이처>는 국제 레지던시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프랑스의 <Retouramont>와 이탈리아의 <Il Posto>, 1세대 버티컬 아트 단체들을 찾아가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함께 머물며 창작 방식을 나누고 협업을 시도했어요. 그때 <Retouramont>의 예술감독과 나눈 대화에서 <묵언>의 첫 아이디어가 시작되었고, 이후 프랑스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인 뒤, 이 경험이 2022년 부산 초연으로 이어졌습니다. 2022년과 2024년에는 스페인의 <Nueveochenta Aerial Dance Company>를 방문해, 대표이자 안무가인 Juan Leiba와 함께 번지로프와 탈춤을 접목한 신작을 개발했어요. 이 작품은 2024년 스페인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올렸고, 2026년에는 부산과 스페인에서 본격적으로 공연할 예정입니다.
아트마켓이나 레지던시에 참여할 때 '지역 출신 예술가'로서 느낀 한계나 강점이 있을까요?
국제 교류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내가 어떤 도시에서 왔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창작자라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개성과 자신만의 색이 담긴 작품이 중요하고, 기획자라면 어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지가 더 주목받습니다.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 한계가 되는 건 오히려 우리가 스스로 '지역'의 가능성을 상상하지 않을 때라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고,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역성은 오히려 나만의 특별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활동 이후 지역으로 돌아왔을 때, 그 경험으로 스스로 달라진 점은 무엇이며, 지역 예술 생태계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느끼시나요?
2015년부터 다양한 해외 마켓과 축제를 찾아다녔어요.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때 저는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을 알리는 데 모든 힘을 쏟았던 것 같아요. 가능한 모든 네트워킹 자리에 참석하고, 만나는 분들께 쉼 없이 명함을 드리며 인사를 나누었죠.
지금의 저는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국제 교류가 단지 그 순간의 말이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신뢰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의 타이밍이 맞을 때 하나씩 실행되는 과정임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이 경험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직은 조심스럽습니다. 많은 일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난 10년간 '부산국제춤마켓'이라는 민간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지역의 예술가들이 국제 무대로 연결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점입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그 노력을 계속 이어가려 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 스스로의 역할과 영향에 대해 더 깊이 돌아보게 되었고, 이 가치를 더 잘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 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