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2024 공감그리고 봄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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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나의 할머니들
내 그림이 힙하대요.
“저 할머니 왜 이렇게 힙해?” 몇몇 관람객에게 들었던 말이다. ‘작업하면서 한 번도 생각지
못한 건데, 그런가? 힙하다니! 좋은 거잖아!’ 내가 생각하는 힙은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절묘한 조화이다. 그래서 빈티지 패션이, 레트로 굿즈가 힙하고 할매카세라고 불리는 노포
맛집이, LP 바가 힙하다. 그렇다면 이 시대 진정한 힙스터는 내가 그리는, 길에서 만난 할머니
들이 맞는 듯하다. 일단 거대한 화면에 원색이 시선 강탈이다. 투머치한 화려한 패턴이 분산
되어 있다. 산, 바다 등 유치하리만큼 직관적으로 그린 배경이 보인다. 인물들의 표정은 시크
하게 무심하나 발걸음에는 기운 생동함이 있다. 조금은 귀여운 오브제들 – 손 선풍기, 오이,
대파 등 생활 속 흔적들이 보인다.(관람자의 의견과 나의 주관적 견해를 모아보면 이렇다)
또한 주어진 역할과 환경에 최선이면서 계속 나아가는 진취적인 삶, 재미와 열정을 추구하는
삶,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그 안에서 충족하고 충만함을 느끼는 삶을 사는 사람들.
그림 속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들은 그럴 것이다. 외면뿐 아니라 내면까지 힙한 나의 이상향
이었다. 때로는 흔들리는 내가 의지할 버팀목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늙어가길
바라면서.
나도 힙해지고 싶어.
2019년부터 지하철역 부근에서 보이는 어르신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거침없는 모습이 흥미로워 드로잉을 하였으나, 사실은 그들
에게 느낀 어떤 불편함을 극복하려고, 귀여운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나의 성향인 것을 그때서야 알아차렸다. 페인팅 작업을 이어오면서, 불편한 감정
을 왜 할머니로 풀게 되었나 스스로 들여다보며, 그 대상에는 완벽한 모성애에 대한 동경과
결핍, 두려움이라는 여러 감정이 녹아 있는 것을 느꼈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나, 엄마, 할머니로
투영되어 있었고, 곧 나를 이해하는 방법인 것을 작업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예술은 결국엔 작품보다 작가가 남는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하는 게 아직 예술이라 하기엔
모자라지만, 그 과정에 막 발을 들였다 한다면) 내 그림이 힙한만큼 나도 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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