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2024 공감그리고 봄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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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그리고 , 시선


           아, 이 힙한 인류여.




            글. 오성은







           인류의 조상이 직립을 선택하면서부터 힙(hip)은 억압의 대상이 되었다. 양손의 자유는 그만큼 요통과 바꿀
           만한 중대한 결정이었다. 이족보행으로 골반이 좁아진 인류는 뇌가 다 자라지 못한 말랑말랑한 태아를

           낳아야만 했고, 이는 수렵채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진화였다. 점차 농경 사회로 삶의 양식이 전환됨에 따라
           주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며, 선 채로, 전보다 더 많은 노동에 투신하게 되었다. 디스크 탈출증이나
           관절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치질 같은 탈장 역시 심각한 질병으로 출현했다. 심장과 동일선상에서 권위를
           지켜오던 항문을 직립에 의해 신체 중 가장 아래에 위치한 내장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며 혈류의 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러나 곰곰 살펴보자면, 우리 조상의 힙은 사족보행이었을 때부터 그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다만 더 높은 곳을 향해 머리를 치키고자 하는 상승의 욕망이 직립을 선택하도록 부추긴 것은
           아닐까. 머리가 높아지면 당연하게도 시선이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게 된다. 그러한 욕망이 사피엔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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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속(homo) 유일한 종 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드높아지려는 인류는 대항해 시대와
           식민지 착취와 전쟁과 학살과 마천루 건설과 달 탐험 경쟁을 통해 현재에 도착해 있다. 내게 상류층 만이
           누릴수 있는 호화로운 달나라 탐사 티켓이 주어진다면, 나는 유유히 그 티켓을 타인에게 건넬 수 있을까.
           한 점으로 수렴되는 이 고도(高度)를 가진 것들의 위용으로 내 목은 어제보다 더 굽어지는 기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어쩌면 바로 저 티켓을 갈구하며 여태껏 굽어 살아왔다. 욕망을 향한 일차함수의

           기울기만큼이나 나의 목과 허리와 마음이 굽어지고 있다. 나는 꼬리뼈의 통증으로 찾아간 동네 한의원에서
           피를 뽑고, 약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하는 동안 무책임하게도 최초의 직립 인간을 탓하는 중이다. 내 안에는
           직립의 유전자가, 힙보다 눈이 높은 유전자가 꿈틀대고 있다. 뜸치료를 하느라 힙이 뜨거워진다. 그래도
           붉어지는 건 늘 두 뺨이다.



           기실 우리가 이 봄의 테마로 삼은 힙(hip)은 허리께의 둔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20세기에 출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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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스터의 용례에서 그 희미한 정의 를 찾아 내는 게 타당하다. 1940년대의 흑인 문화에 등장한 힙스터는


           01   달리 말하자면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 에렉투스 등 사람속 모든 종의 살해의 혐의를 받고 있다.
           02   그만큼 힙에 대한 정의는 불투명하고, 바로 그 지점으로 인해 나는 인류의 직립보행마저 들먹인 것이다.
           03   n+1, 『힙스터에 주의하라』, 김세희 역, 마티, 2011, 참조.
           04   그리고 노트에는 이렇게 쓴다. ‘키치 : 우연을 필연으로 합리화시키는 눈먼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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