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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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의 열기가 식기를 바라며 작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D작가님과는 출판인 연대모임에서 알게 되었다. 혼자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글도
                     쓴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하다 생각했고, 자연스레 친밀감도 싹텄다. 어느 날 친구를
                     잃은 계기로 그림을 시작했다는 그는, 생업을 하는 틈틈이 창작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아크릴 물감으로 색색이 표현된 그림을 보면서 D작가님은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롯하게 한
                     작품, 한 작품 마주 보고 서서 그저 조용히, 눈으로 색과 형태를 좇으며 말 없는

                     대화를 해나갔다.

                     노란색 가득한 하늘과 초록색으로 뒤덮인 땅이 그려진 작품은 유독 맘에 드는
                     것이었다. 커다란 잎사귀가 하늘로 솟아날 듯 뻗쳐 있었지만 동시에 흩날리는
                     느낌도 들었다. ‘석별’이라는 제목과 사라질 것 같은 잎사귀는 무언갈 그리워하는
                     작가님의 슬픔인 걸까. 곧 커피를 들고 돌아온 작가님은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생각들을 정성스레 이야기해 주었다. 한 바퀴 돌아본 뒤 다시 ‘석별’ 앞에
                     섰다.

                     “저는 사실 그림을 볼 줄 모르는데요, 그런데도 이 그림이 제 맘에 쏙 든다는 건
                     알겠어요.”


                     그러자 그는 예의 맑고 어여쁜 두 눈을 반짝거리며 내게 말했다.


                     “신기하게도요, 다른 분들도 대부분 이 그림이 가장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이 작품은 원래 다른 그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의 형태가 얼핏 보인다. D작가님은 그림을 그리면서 힘들기도 한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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