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P. 62
신선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결코 반갑지는 않았다. 6월 초였지만 일찍 시작된
더위에 여름교복으로 얇은 반소매 티셔츠와 널널한 품의 긴 바지를 입었다. 여기에
운동화와 백팩을 메고 있으니 출근하는 지하철 풍경에서도 나만 왠지 튀는 그림
같았다. 원래 버스를 더 좋아하지만 도착 시간이 일정한 건 지하철만한 게 없다.
덕분에 여유 있게 부산역에 도착했다. 두 시간 반 동안 KTX 열차를 타는데 커피는
필수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만족스럽게 열차 플랫폼으로 향했다.
나는 평소에는 길치지만 스마트폰 안의 지도애플리케이션과 함께라면 서울 어느
곳이든 척척 찾아갈 수 있다. 첫 번째 일정인 전시회를 보러 가기 위해 북촌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정류장도 금세 찾았다. D작가님의 작품을 보러 가는 길은
설레면서도 긴장되었다. 실은 살면서 전시회를 본 경험이 손에 꼽는다. 그럴 기회도
마땅치 않았고 일부러 찾아볼 만큼 관심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멋지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을까? 어설프게 무지가 드러나진 않을까? 걱정했다.
근데 이건 거짓말이다. 나는 그림을 잘 볼 줄 모른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그림은 보는
게 아니라 그저 느끼면 된다는 것을 안다.
전시회가 열린 ‘갤러리한옥’은 다섯 평 남짓할까. 동네 작은서점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출입문 바로 옆에 난 정사각형의 큰 유리창이 D작가님의
앉은 모습을 비추었다. 나는 길 반대편에 서서 몰래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들어가자마자 D작가님은 나를 반갑고 애틋하게 맞아주었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힘들지 않았냐면서. 나는 “에이, 전 안 힘들었어요. 달리는 기차가 힘들었죠!”라며
아재 개그를 선보였다. (까마귀 효과음) 오기 전에 북촌 골목을 구경하며 걸어오느라
땀을 좀 흘렸다. 전시회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했지만 더위를 참기엔 버거웠다.
시원한 커피가 절실해져서 잠깐 나갔다 오려는 나를 작가님은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작가님께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꼴이 되었다. 작가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