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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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때부터 부산에 살았으니 어디 가서 부산 토박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지척에 바다가 있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걸어서 다다를
수도 있다. 부산은 인구수는 서울보단 (현저히) 적으면서 도시가 지닌 편의를 맘껏
누릴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예술이나 문화생활을 만끽하기엔 부족한 면도 있다.
그러나 평소에 나는 밖을 돌아다니기보다 반려 고양이 두 마리와 책에 둘러싸인
집에 머무르기를 선호한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삶 대신 노트북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하는 삶을 산다. 규칙적으로 외출하지도 않고 여행도 즐겨하지 않는 나의 일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고요함’이다. 예전에 어떤 이가 내 글을 읽고 잔잔한 호수
같다고 말했다. 삶의 경험이나 분위기가 글에도 비슷하게 묻어나는 걸 테지. 어쨌든
내가 외출하거나 다른 지역을 가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얼마 전 여러 이유로 서울에 다녀왔다. 그보다 전에 나는 한동안 서울에서
출판인들이 모여 토론하고 배우는 연대모임에 참석했었다. 3개월 동안 매주
있던 정기 모임이 끝난 후 한 달 만에 후속 모임을 갖기로 한 참이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즐겁고 유익했기에 제아무리 시간과 비용이 들어도 만나고 싶었다. 게다가
서울에서만 진행되어 아쉬웠던 출판마케팅 강연도 같은 날 열렸다. 여기에
D작가님의 개인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까지 날아들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만날 약속까지! 이 모든 일정은 한 동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어쩌면
평소보다 많은 사람과의 만남에 과부하가 걸릴지도 모르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들뜬 기분으로 다이어리에 일정을 고정했다.
‘지방러’이자 ‘집순이’이기도 한 나에게 그야말로 ‘가심비’ 넘치는 하루였다(집
친화적 인간이 한 번 외출할 때 모든 일정을 다 본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부산역에 9시쯤 도착해야 해서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나도 지하철을 탔다.
평소에는 이 시간에 움직일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오랜만에 겪는 러시아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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