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24 공감그리고 봄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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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는 오랜 시간 지역을 대표하는 ‘사운드 설치미술가’로 활약해오셨어요.
사운드 설치미술이란 어떤 장르로 이해하면 될까요?
만영 설치미술인데 사운드(소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예술 장르라고 말씀드리면 이해가 쉬울까요?
저는 사운드를 활용해서 설치미술 작품을 만듭니다. 그러니까 제 작품은 시각과 청각 두 가지 감각을
믹스해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작업에 들어갈 때 항상 이 두 가지 감각이 만나는 지점을 어떤
형태로 구현할지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흔히 공감각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잖아요. 빨강이나 노랑 같은 색깔을 보면서 따뜻함이라는 촉감을 느끼는 것처럼요.
제 작품도 여러 감각을 함께 사용해서 완성되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도 눈으로만, 귀로만 감상하기보다는
마음을 열고 감각을 총동원해서 봐주셨으면 해요.
작품 제작과정이 궁금합니다. 여러 장소를 찾아다니며 소리를 수집하는 과정,
이른바 ‘필드 레코딩’이 첫 단계라고요?
만영 네. 주로 자연에서 소리를 수집하는데요,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들 위주로 찾아다닙니다.
순천만습지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야외에서 소리를 녹음할 때가 많아서 날씨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센 날은 특수장치(윈드실드)를 꼭 챙기죠. 그러면 바람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필요한
소리만 깨끗하게 담을 수 있거든요.
본격적인 작품 구상은 채집한 소리를 정리한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채집한 소리를 어떻게 시각적인 부분과
연결시킬지가 관건이죠. 이 부분이 해결되면 시각적으로 선보일 오브제 제작에 착수합니다. 사이즈가
클 때는 외부 도움을 받지만 그렇지 않을 땐 제가 직접 제작해요. 저기 쇠 깎는 기계, 3D 프린터 보이시죠?
아, 채집한 소리는 편집해서 사용해요. 불필요한 부분은 자르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주파수를 조절해서
높이는 식으로 강약을 조절하는 거죠. 충분한 설명이 됐나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자연의 소리를 수집한다니 무척 흥미롭게 느껴져요. 재밌을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 작업자의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만영 전체 제작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원하는 소리를 담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거든요.
우선 낮엔 거리가 북적이잖아요. 차도 쌩쌩 달리고, 사람들의 생활소음도 많으니까 필요한 소리를
채집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주로 늦은 밤 혹은 새벽까지 대기합니다. 보통 한 장소에 마이크를
두고 오랜 시간 숨죽인 듯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혼자 다니는 편인데요, 여기도 함정이 있는 것이 주변에
사람이 있거나 하면 또 녹음에 어려움이 생겨요. 실제로 예전에 철새, 풀벌레 소리를 담아보려고 늦은 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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