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2024 공감그리고 봄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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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소리가 관객석 뒤쪽에서 나는 바람에 처음 여러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작품,
<나답게 사는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을 세상에서>는 차별금지법 법안 내용을 오역 및
선전하는 일부 한국 기독교회에 대한 비판 의식과 성 정체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
가 될 수 없다는 주제 의식을 담은 작품이다. 두 명의 연주자가 관객석의 모퉁이에서 시작
하여 객석 여기저기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연주한다. 소리 재료로 ‘만인 선언문(2021.04)’
을 프레이즈 사이나 끝부분마다 짧은 음가로 한 음절 또는 두세 음절씩 넣었는데,
그 메시지가 궁금해서 집중하여 단어와 문구를 조합하면서 감상했다는, 작곡가가 미처
의도하지 않은 반응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영상전문가 및 무용수와 협업한 작품으로 최석균 시인의
<빛나는 걸음>이라는 시에서 ‘개벽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새벽으로 간 걸음이 있다’는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최소한의 모티브 반복으로 지난한 여정을 시각·청각적으로 나타내
고자 하였다. 음악은 하나의 리듬 패턴(장단)을 사용하였고 무용수도 같은 동작을(리버스
포함) 반복하며 양초가 꺼지지 않게 조심히 옮기는 행동의 반복으로 편집된 영상물이 동시
재생된다. 재료적 단조로움을 깨트리기 위해 두 가지의 이질적인 요소(가야금과 전자음원,
한국 무용수와 서양 영화의 한 장면)를 사용하였다. 다수의 관객이 영상의 마지막 장면(마
침내 양초 불이 꺼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옮겨지는 장면)과 마지막 작품(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아니, 거부한다)에서 언급되었던 ‘완전히 깨뜨리지는 못해도 작은 균열을 만들
어 냈다’라는 문구를 연결하여 해석하는 것을 보고 의도대로 전달된 점에 대해 감탄하기도
하였다.
<침묵은 동조다>는 수어 통역사의 조언을 받아 수어에서 따온 모티브를 음악과 영상 및
무용에 일부분 적용한 작품이다. 처음 써보는 일렉기타의 편성과 무용수의 자의적 해석으로
순탄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일렉기타의 소리만큼 강렬한 비주얼과 무용수의 서사적 해석으로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뉴스로
접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못한 작곡가의 자기반성이자 부끄러운
고백으로 시작한 작업이다. 공연에 참석했던 수어 통역사의 감상평이 계기가 되어 현재
농(아)인을 위한 음악 작품과 배리어프리공연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구상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렸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대담 형식으
로 대본(text)이 지배적으로 사용되어 프로그램 중 가장 구체성이 강한 작품이다. 작년 여름
에 발생했던 서이초 교사의 사회적 타살 사건을 다루면서 가정 양육 방식과 초등교육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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