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2024 공감그리고 봄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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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을 대학교와 시간강사 처우 문제로 연결하였다. 작곡가이자 현 대학 강사인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2010년 고려대생 자퇴 선언문, 2012년 무상보육 실시, 2019년 강사법
제정, 2023년 글로컬 대학·지방대 통폐합 등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연주 시간이 거의
30분에 이르는 긴 작품임에도 관객의 몰입도와 호응이 컸던 작품이다. 특히, 관객 중 교육
대학원생들이 많아서였는지 작품의 화자가 대학생인 줄로 예상했다가 대학 강사임을 알게
되어 놀라웠다는 의견과 미래의 교사가 될 이들의 많은 공감과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상시> 사업의 완료 시기가 그 해 말까지였던 까닭에 선정된 날부터 공연날까지 거의 4개월
동안 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가혹한 나날을 보냈던 터라 지금도
번아웃 증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지만, 원고 청탁을 받은 후 작업일지와 학생
들이 썼던 감상문을 읽으면서 이 공연에 대해 다시 한번 반추하게 되어 뜻깊고 감사하다.
유독 힘들었던 작업 기간 동안 겪었던 처절한 고독감과 연약함으로 신 앞에서 한없이 작은
피조물일 뿐임을 고백하면서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 되길 기도
한다.
2차 면접 심사 때의 일화이다. 발표 시간 중 필자가 가장 힘줘서 했던 발언에 심사위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보시는 예산서는 작곡가의 혹독한 자기검열을 거친 결과물입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가벼운 농으로 여겨졌을 이 발언은 필자에게는 꽤 진지한 문제이다.
작곡료를 책정할 수도 없었던 옛 시절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작곡은 현실적인
노동이 아닌, 마땅히 감내하고 초월해야 할 행위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심지어 작곡 협회
에서도) 팽배하다. 작곡가가 노동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게 된 데에는 사회의식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재단과 심사위원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재단 측에게 음악 분야 중 창작 단체에
대한 꾸준한 의식 변화 노력과 더 많은 <상시> 지원사업을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이승은
곡 쓸 시간 없는 작곡가이자 교육 아닌 감정 노동하는 대학 강사.
STUDIO FRISCHE KLÄNGE(슈투디오프리쉐클랭에: 신선한 소리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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