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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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은 실제의 상황 속에서 지능이 세상과
물리적인 접점을 만드는 중요한 인터페이스라는 점이다.
인공지능에서 몸의 역할을 실험할 수 있는 영역이 로보틱스이다. 로보틱스에서는 지능이
비로소 몸을 가지게 된다. 로봇의 모양, 재료와 같은 조형성 그리고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그 로봇이 가진 지능의 일부가 된다 할 수 있다.
한 로봇에게 주어진 과업에 대하여 그것을 수행해 갈 수 있는 최적의 몸체 구성과 구조는
프로그램에 의하여 실행되는 지능을 보완해 줄 수 있다. 즉, 추상적인 의미를 다루는
‘마음’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의 실행과 물질로 이루어진 몸은 어느 정도 호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로봇에 있어서나, 사람에 있어서나, 마음과 몸의 경계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나아가서 로봇은 세상 속에 놓여있다. 장소특정미술에서 장소성이 작품의 중요한 일부가
되는 것처럼, 로봇 또한 장소 의존적이다. 로봇의 지능적 프로그램은 바디를 통하여
구사되고 로봇이 처한 상황 속에서 그 역량이 ‘발휘’된다 보는 것이다 (‘Intelligence
Without Reason’, Rodney Brooks, 1991). 지능의 떠 있는 이러한 속성은 인공지능의
세계에서 앞으로 해 볼 수 있는 것이 많이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뒤샹은 ‘관객이 작품을 완성한다’ 라는 관점을 제시하여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관객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라면 작가가 하는 일은 관객이 작품을
완성해 가기 위한 틀을 제공한 것이라 하겠다. ‘Untitled 5’(Camille Utterback, 2005)
같은 작품처럼 관객 상호작용에 의하여 변화하는 작품들에서 작가는 관객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한다. 작가의 알고리즘은 공중에 떠 있고 관객이 그
템플릿을 실현시키면서 변화무쌍한 작품을 만들어 간다.
뒤샹은 20세기 초반에 활동했고, 인공지능은 20세기 중반에 생겨나 자리를 잡아왔다.
뒤샹이 보았던 것을 소수의 인공지능 학자들이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일찍 보았더라면 인공지능은 더 빨리 발전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는 행운일지 모른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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