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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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시어터_아(我)’에서 기획한 <중력의 무게>는 전체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춤꾼으로 청년기를 보내고 일정 정도의 나이가 든 지금의 ‘몸’에 이르러 나는 인간이 겪는
몸의 ‘노화’ 그 속에서 물리적 시간과 부대낌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인간의 ‘존재(存在)’에 가장 큰 객관적 에너지로 작용하는 ‘물리적 힘’을 의미하는
‘중력’이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간 것도 이러한 개인적 변화와 맞물려 있는 듯하다.
뉴턴이 중력을 증명하기 전 존재하고 있던 원초적 에너지 ‘중력’에서 그 원초적 에너지
속에서 존재하고 있던 ‘움직임- 춤’으로 두 개의 단어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나는 ‘춤’과 ‘중력’의 이미지를 무대 위에서 춤꾼의 움직임 속으로 끌어 들여오고 싶었다.
8장에 걸쳐서 구획된 각각의 장에는 각기 다른 음악들이 선택되었는데, 그레고리안 찬트,
말러의 아다지에토, 리게티의 레퀴엠, 베르디의 레퀴엠, 헨델의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존 애덤스의 루프 앤 벌스 등등 클래식 음악의 각 시대를 오가는 여러 작곡가의
곡들로 짜여 있다. 무용 무대에서 곡 선정은 아주 사적으로는 안무가의 음악적 취향이
반영되기도 하고, 이와는 다르게 객관적으로 그 음악이 가지는 성격에 의해 직접적 무대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혹은 전자 후자와는 완전히 다른 인식의 바탕 위에서
음악적 요소들이 전면으로 드러나는 것이 무대의 방해 요소로 치부되어 아주 부수적인
요소로서 음향 효과적인 역할 정도로 세팅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간의 작업을
돌아보면 내가 그려내는 무대 속에서 음악은 전체 무대에 ‘정서’와 ‘색채’를 덧입히는
중요 요소로써 사용되고 있다. 무대의 첫 장은 ‘그레고리안 찬트’의 울림 속에서 지면과
맞닿아 있는 ‘사족보행’의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는 관객들을
향한, 무대 위에서 행해지는 ‘서사’ 속으로의 초대 의식과 이 모든 ‘서사’의 출발을 인간의
가장 원시적 움직임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안무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3장에서는
‘중력’이 의미하는 복합적인 이미지를 무용수들의 다양한 움직임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각각의 무용수의 불규칙적이고 산발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움직임 속에서, 손동작과 결합된
‘중력’의 작용과 힘의 방향에 대한 묘사 등이 말러의 <아다지에토> 선율 위에 중첩되는데,
인간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희로애락’의 굴곡을 담담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무대의 중요한 키워드인 ‘중력’은 모든 존재를 현실 세계에 발붙이게 하고 자신의
형태를 유지시키는 ‘힘’으로써 작용한다. 이러한 ‘내부’로의 지향성을 가진 중력의 속성에
반해 외부로 향하며 적정한 ‘존재’의 거리를 만들어 내는 ‘힘’은 ‘원심력’이다. 다른 지향점을
향하고 있는 두 개의 시선-‘원(圆)’은 이러한 방향성이 다른 두 ‘힘’이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공간’이다. 4장에서 무용수는 ‘solo’의 움직임 속에서 ‘원’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또 그 공간 속에서 존재한다. 공간을 만들어 내는 부딪히는 두 개의 ‘힘’, 그 힘이 존재하는
공간, 그 공간 안에 실재하는 ‘나’, 이러한 흐름의 연속선상 위에서 또다시 ‘나’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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