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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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는, ‘공간’을 존재하게 하는 힘,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나’의 움직임 속에서 생성되고
만들어지고 또 소멸된다.
‘원’이라는 공간과 그 형태가 가지는 복합적 의미-내부로 향하는 에너지와 외부로 향하는
에너지가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공간-는 전체 무대 공간 설정으로도 확장되어 보여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접하게 되는 프로시니엄 무대와는 다른 원형의 무대 공간 설정이다.
무대 위에 서는 공연자로서 ‘프로시니엄 무대(액자 무대)’가 가지는 일방적인 시선의
방향에서 느껴왔던 ‘소통’의 한계와 무대 구조에서 설정되어 질 수 밖에 없는 ‘시선의
위계’를 극복해 보고자 하는 욕구는 전술한 내용에서 언급한 무용수가 만들어 낸 ‘원’의
공간을 더 크게 확장해 관객들의 시선과 무대를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원’의 공간 속에
위치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이어졌는데 이번 ‘중력의 무게’에서는 공연 공간을 일반적인
무대와는 차별화된 가변형 무대 즉, 원형 극장의 공간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5장은 남성 무용수의 ‘solo’로 이어지는데 자신의 의지와 반하게 작용하는 외부적
요인으로서 존재하는 ‘힘’을 설정하고 그 외부적 ‘힘’을 자신의 ‘몸’ 속으로 흡수하는
움직임을 통하여 외부적 ‘에너지’와의 부딪힘과 ‘체화’의 과정을 통한 주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성장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어지는 6장에서는 앞 장에서 묘사하고 있는 ‘체화’의
과정과는 다른 대비적인 서사를 풀어내고 있는데 이 장의 배경음악으로 설정된 베르디의
‘레퀴엠’의 서사와 일치하는 ‘반동’과 ‘저항’의 에너지를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전체 ‘scene’을
통틀어 가장 큰 에너지의 크기를 보여주는 6장의 폭발하는 에너지는 무대의 끝맺음으로
이어지는 7장과 8장의 ‘공(空)’과 ‘정(静)’의 이미지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트렌스 젠더
복장의 무용수가 무대 위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트렌스 젠더’ 복장의 무용수를 무대 위로
등장시킨 것은 인간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를 향하여 보여 줄 수 있는 ‘전복’을 향한 욕구의
최대치가 어쩌면 ‘부여된 성 역할의 부정’이라는 설정을 통해서 표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 이해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러한 무대 연출을 통해 앞의 연속되는 ‘장(scene)’들에서
묘사되고 보여진 동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무용수의 움직임을 통해 전달되는
내러티브)과는 다른 정적이지만 파격적인 분장과 설정(시각적이며 정적인 연출)이
‘중력의 무게’의 피상적 이미지를 구체적인 힘의 크기로 인식될 수 있게 즉, 에너지의 크기를
극대화시키는 기제로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 작품을 통하여 안무가로서 전달하고
그려내고자 했던 ‘주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상(像)’은 8장에서 보여지는 군무의 움직임을
통해 묘사되고 있는데 외부적 ‘힘’에 대한 ‘흐름’의 형태로 보여지는 군무의 움직임 속에서
인간에게 작용하는 외부적 힘을 저항해서 맞서는 형태가 아닌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긍정적인 ‘수용’의 힘으로 성장하는 인간을 그려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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