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2024 공감그리고 겨울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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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란 작가님 안녕하세요. 1996년 등단 이후 오랜 시간 아동문학계에서 활동해 오셨는데요.
           창작이나 사회적 활동을 하실 때 중요하게 여기시는 원칙이나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란     안녕하세요, 동화작가 안미란입니다. 저는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가장 작고 약한 존재들의
           목소리라고 믿어요. 예를 들어, 이솝 우화에서 그물에 걸린 사자를 구해주는 건 작은 생쥐예요. 또 다른
           예로, 옛이야기 속 중국 사신이 던지는 난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왕이나 선비가 아니라 힘없는 소년이나
           할머니죠.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해 온 위로와 희망의 매개체가 바로 이야기인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작품들이 작고 약한 존재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용기를 북돋우며, 희망을 주는 선물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고 있어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작품 속에 반영하시는데 그 중심에는 항상 공동체 의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 공동체는 어떤 의미인가요?

           미란     공동체를 생각할 때, 개개인이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맺거나 모두가 똑같아지려는 상태는
           건강하지 않다고 봐요. 오히려 진정으로 건강한 공동체란 서로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예의’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할 수 있지만, 생명체 간의
           상호 존중과 배려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다양한 공생관계 속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본질이자 비로소 균형 잡힌 사회라고 생각해요.



           이주민 인권 단체인 ‘(사)이주민과 함께’에서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당시 경험이
           <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등의 작품 구상이나 창작 세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미란     단체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는데, 보상이나 명예를 바라지 않고 평등과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더 나은 세상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됐고, 동시에 제 작품관도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이야기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요. 그때의 깨달음이 작품에
           스며들면서,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창작하시는 데 있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시는 방식과 그것을 작품으로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미란     요즘 자주 듣는 말 중에 “다정함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창작도 비슷해요.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다정함을 베풀기 어려운 것처럼, 자료가 풍부하지
           않으면 상상력도 빈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자료를 모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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