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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계의 언어 앞에서 문학은 다시 자신을 묻는다

글 김나영

인공지능 뇌 일러스트

기계의 언어 앞에서 문학은 다시 자신을 묻는다

기술은 늘 문학의 곁에 있었다. 활자가 종이에 새겨지던 순간에도, 타자기의 소음이 밤을 울리던 순간에도, 우리는 새로운 도구와 함께 문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우리 앞에 앉아 있다. AI라 불리는 낯선 동반자는 종이도 잉크도 없이 언어를 만들어내며, 우리에게 묵묵한 질문을 건넨다.

AI가 만든 문장은 매끄럽지만, 그 안에는 아직 체온이 없다. 인간의 망설임과 고백, 삶의 무게는 담아내지 못한다. 문학은 단순한 언어의 조립이 아니라, 상처와 기억, 기쁨과 고통을 머금은 체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계가 쓴 시는 시이되, 아직은 '누구의 시'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AI가 던진 문장을 마주할 때, 고쳐 쓰고, 다시 새기며, 자신의 경험을 불어넣는다. 그 순간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대화자가 된다. 오래된 도서관에서 낯선 구절을 발견하고. 그 위에 나만의 밑줄을 긋듯이, 우리는 기계의 언어 위에 자신의 체험을 덧입힌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어떻게 건너고, 어떻게 자기 언어와 감각으로 환원시키느냐이다. AI는 시를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시를 ‘나의 시’로 만드는 일은 오직 나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문학의 미래를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기계의 언어는 결국 우리의 창작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일 것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나의 언어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는가?” 기술은 그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일 뿐이다.

문학은 여전히 인간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기억을 견디고, 살아내는 자만이 작품을 남길 수 있다. 기계가 아니라, 나의 고백과 상처, 나의 기쁨이 작품을 태어나게 한다. 그러므로 AI시대에 문학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그것은 우리가 기계와 함께 써 내려갈,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