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몸 사이에서
공연예술의 현장에는 인공지능과 영상, 다양한 장치들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무대 위의 장치는 상상을 확장시키고, 때로는 예술의 경계를 새롭게 열어주며, 익숙했던 표현 방식들을 단번에 낯설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미감과 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술은 분명 창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시선은 언제나 예술가들의 몸에 머뭅니다. 이번 공연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문 무용수 2명과 비전공 무용수 10명이 함께 올린 이 작품은 조명도, 포그도, 특별한 장치도 없이 오직 음악과 무대만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화려한 무대 장치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몸이 빚어내는 선명한 순간들이었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몸은 각자의 기억과 습관, 리듬을 품고 움직였습니다. 직업과 나이, 신체 조건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발현된 움직임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웠습니다. 몸의 어색함마저도 새로운 감각이 되었고, 그 안에서 ‘춤’의 경계가 자연스레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기술이 불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저에게는 몸의 적나라함이야말로 여전히 가장 큰 매력이라는 고백입니다. 호흡과 땀, 미세한 떨림, 무용수의 사유와 존재감은 어떤 장치보다도 관객을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무대 위에서 몸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유하는 존재이며, 세계와 끊임없이 관계 맺는 매개체입니다. 기술은 그 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지만, 예술의 근원적인 힘은 결국 사람의 ‘몸’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화하는 시대의 속도를 바쁘게 쫓아가기보다는, 여전히 몸이 지닌 가능성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 집중이 곧 나의 방법이며, 오늘의 무대를 지탱하는 신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몸이 가진 힘’을 믿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예술의 순간들을 더 오래 바라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