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2024 공감그리고 봄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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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관한 외국어 표기는 여러 차례 변경되어왔다.

                          Fusan에서 Pusan으로 그리고 지금은 Busan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비행 경험이 있다면
                          종종 Pusan이 아직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P로 시작해 B로
                          정착한 바 있다. 표기의 변화가 단순히 ‘표현’의 차이에 한정되지 않는 것이라면,
                          F—P—B로의 변경을 그저 이행해왔다가 아니라, 각각의 부산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니까, F의 부산이 있고 P의 부산이 있으며 그리고 B의 부산이 있는 셈이다.
                          이 부산들은 일정한 간극이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 뒤섞이고 엮여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F의 부산에서 이루어진 음식의 교차는 서로 다른 방식 아래에서 ‘발명’되어 온
                          사례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일테면 명태와 명란의 경우에는 ‘대구(大口)문화권’에 사실상
                          속해있었던 일본에 의해 재발명된 이후 일본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는 안에서 밖으로 확산된 음식의 유형에 해당된다. 이와 달리 커피의 경우에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한반도 사람들에 의해 재발명되어 향유된 것이다. 명태와 명란이

                          오랜 시간을 거쳐 일본어와 러시아어, 중국어로 번역되었다면, 커피는 가베, 가배, 가페차,
                          양탕국 등 다양한 번역어로 명명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연원한 음식과 서구와 일본에서 유입되어온 음식은 일방적으로
                          ‘이식’되거나 ‘전파’된 것이 아니라 상호 ‘번역적 실천’으로 착근한 것에 가깝다.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이런 접근은 ‘원본’이나 ‘기원’의 문제보다 그것이 어떤 영향

                          아래에서 지역과 지역 사이를 ‘운동’/‘변이’했는가 혹은 하는가에 더 집중하도록 만든다.
                          음식이나 식재료가 ‘정태적’인 것일 수 없다면 ‘접촉’의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양상들을
                          살피는 편이 훨씬 풍부한 이야기를 건네주기 때문이다. 가령, 아래의 이야기는
                          로컬이 품고 있는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실례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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