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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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입학했을 때 피아노 연습실을 생각해본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관악 캠퍼스로 종합대학교 안에 같이 있지만 내가 다닐 때는 을지로 6가에 있었다.
                     서울약학대학이 쓰던 건물을 물려 받았다고 들었다. 4층 연습실은 비교적 방음도 되고
                     연습하기엔 불편이 없었지만 놀라운 것은 연습실 피아노였다. 지금은 우리나라 국산 피아노가
                     버젓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 당시(1960년)만 해도 국산 피아노는 생산되지 않았다. 외국에서
                     들여온 피아노로 주로 일본에서 제작된 야마하(YAMAHA) 혹은 가와이(KAWAI) 피아노가

                     대부분이었고 유우롭 피아노가 어쩌다 눈에 띌 정도였다. 음악대학 연습실 피아노는
                     6.25 전쟁 때 외국에서 연합 군인들과 함께 들여온 피아노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수선하고 조율을 해서 그나마 소리는 나는 데 건반은 낡아빠져서 움푹 파이기도 하고
                     건반 표면이 뜯겨나간 피아노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연습실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아침 일찍부터 연습실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벌어지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대학교 1학년 때의 추억이다. 낡고 헐은 피아노일망정
                     좋은 소리 내는 법도 연구해봤고, 여러가지 기교법, 운지법 등을 연마했던 기억이 새롭다.
                     음악대학을 설립할 당시 전쟁 후 열악한 우리나라 실정을 생각해 본다면 얼마나 선배,
                     교수님들이 어렵게 마련한 피아노였을까 하는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교수님
                     방에는 막 생산된 업라이트 국산 피아노가 깨끗한 건반을 자랑하고 있었다.
                     (국내조립 ottotein piano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경부터 외국 부품을 수입해다가 국내에서 조립하여 피아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다. 그러다가 1960년에 삼익피아노에서 호루겔피아노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연이어 1963년부터 영창피아노사에서 영창피아노가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현재는 그랜드
                     피아노까지 생산하면서 이 두 악기 회사는 거의 같은 시대 태어나 지금껏 한국음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1970년 대에 산업발전과 더불어 피아노 인구가 늘어나고 각 대학에 음악대학이 설립되면서
                     국산 피아노 생산이 성황을 이루게 된다. 한때 초등학교 1학년 교실 학생 대부분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시기도 있었다.


                     1965년 내가 부산에 왔을 때는 부산 시내에 시발택시라는 국산차가 택시구실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서울 살다 내려온 나에게는 서울의 환경과 너무 격차가 보여서 당황하기도 했다.
                     시집올 때 호루겔 피아노 한 대가 내 신혼살림 중 제일 값비싼 재산이었다. 지금도 고급 그랜드
                     피아노는 왠만한 집 한 채 값이지만 옛날엔 피아노 1대가 집 한 채 값이라는 말이 흔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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