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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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에서 ‘시각 예술가’로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특징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성진    저는 사진, 영상, 매체 그리고 설치 등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각 예술가입니다.
           제 작업의 특징을 소개하려면 제가 어떻게 작업을 시작했는지 대해 먼저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2003년 개인전을 위해 부산의 ‘용호농장’에서 촬영을 시작했었습니다. 그곳은 부산시에 붙어있지만,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사람들이 가기 꺼리던 그런 장소였어요. 처음엔 모르고 들어갔었는데,
           그 공간을 촬영하는 어떤 일련의 과정에서 저 역시도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그 사람들을 보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도시에서 밀려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진행해 왔고, 그
           주제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작품세계를 완성하는 데에 작가님께 영향을 끼친 인물이나 환경이 있을 것 같은데,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성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라든지 혹은 선후배, 때로는 키우는 식물에게도 영감을 받죠. 지금은 제가
           폐계(廢鷄)를 1년 반 정도 키우고 있어요. 보통 2년생 정도 되면 닭들은 산란능력이 떨어져 값싼 고기로
           팔리게 되는데, 그런 닭들을 폐계라고 합니다. 자연적인 수명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알을 낳는 효율이
           나빠졌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죠. 원래 닭의 수명은 최대 15년이나 됩니다. 그런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작업에
           대한 모티브를 얻기도 하고요. 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지구 반대편이나 지구 저쪽 편에서 이 물건을
           만들었을 어떤 노동자들을 생각한다거나, 어떤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또 그런 생각과 고민이 이 세상을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집니다.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사건과 존재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아요.




           작품에 사용되는 소재들이 일상적이지만, 모두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신선합니다.
           이런 소재들은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성진    제가 추구하는 작품의 주제가 주로 우리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대한 것이다
           보니 쉽게 버려지고 우리가 쓰다가 은폐시켜 버리는 것에 눈길과 손길, 발길이 가더라고요. 가령 잠시만
           꽂혀있다가 버려지는 조화들이나 건설 현장에서 아무렇게나 버린 폐목재들, 지금 이 바닥에 깔린 카펫 같은
           것들이죠. 먼저 소재에 시선이 가고 마음이 끌리면, 작업 단계로 유려하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우리가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족관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마침 ‘지금 우리의 시간’이라는
           전시가 부산 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그 전시에 프로토타입으로 제출한 작품 하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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