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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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귀포시에서 개인전을 여셨습니다. <장례희망>이란 전시회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죽음이란
           관념을 희망으로 이미지화한 것 같아요. 묘역에서 수집한 조화 등을 사용하셨다고요?

           성진    네, 집안 어른의 장례를 치르면서 영락공원에서 버려진 조화들을 보게 되었어요. 그 쓰임이 다하지도

           못한 채, 버려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 뒤로 공원묘역 등에서 조화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선 기와집을 버려진 조화를 이용해 상여처럼 꾸며봤어요. 그 옛날 상여가 지녔던 심미성을
           드러내고, 도시 한가운데 있으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코로나19로
           순식간에 찾아오는 죽음이 많아지면서 주변인은 충분히 임종을 지켜줄 수 없었잖아요. 상실을 제대로
           위로받을 만한 시간적 여유도 허락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죽음을 보는 곳은 도시
           변두리나 도시 외곽의 공원묘역에 몰려 있죠. 그런 장소에 가야만 여기에 사람들이 죽어서 묻혀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데 실로 죽음은 우리 삶과 가깝게 결부되어 있고, 외면할 수 없잖아요. 그런 순리를 차라리
           가까이 두고 생각해봤으면 해서, 도시의 한가운데에 죽음의 공간을 가지고 왔습니다. 흘러가는 죽음 속
           위로받지 못한 이들에게 다른 방식의 장례를 제시하면서 ‘장례희망’을 드리고 싶었던 거죠.




           형식과 표현에 구애받지 않는 작가님의 작업 방식에 큰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전시 방법이나 주제가 있다면 이 글을 보실 독자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진    9월쯤, 임대한 밭에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관객 참여형 작품입니다. 무용과 접목해서
           여러 예술가가 협업하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그때 방문하면 풀 위를 걸어 다니는 체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밭에서 자라는 풀들을 베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 높이가 1m 50cm 정도 됩니다. 거의 사람 어깨만큼
           자라는 풀들 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밭에서 또 다른 스카이라인이 탄생하는 거죠.

           멀리서 보면, 풀 위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들만한 장면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예수가 물 위를 걸었다면,
           관객은 풀 위를 걸어보는 겁니다. 어쩌면 약간은 위험(?)한, 그러나 약간은 흥미로운, 전에는 없었던 그런
           형태의 작업을 보여드릴까 해요.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 느끼고, 어떤 가치를 얻어가기를 바라시나요?


           성진    제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구제역, 난민 같은 사회적 이슈 등 사람들에게서 터부시되거나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들입니다. 어쩌면 이런 존재를 얘기하는 것이 그렇게 유쾌하게 다가가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최대한 저는 그런 대상을 직접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시각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되도록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타인을 완벽하게
           설득한다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단지 제 작품을 보고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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