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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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사진을 연결해서 아파트랑 합성한 작품인데, 수족관 속 어류들이 살고 있는 모습과 우리가 건물
             안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오버랩해서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 대해 되묻고 싶었어요. 저의 작업은
             주로 이런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작년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인 ‘상시’를 통해 <땅을 임대했습니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습니다.
             방치되고 있는 밭에 다채로운 예술을 접목하셨는데, 기획 의도를 들어보고 싶어요.


             성진    작년, 도시 외곽을 다니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땅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슬럼프를 겪고 있었는데, 버려지고 방치된 밭에서 위로받거나 재충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무계획으로 땅부터 임대했어요.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거둬내고 길을 닦을 때쯤 부산문화재단의 상시
             프로젝트를 만나게 돼서 지금의 모습으로 가꿔나가고 있습니다. 농경지로 사용하지 않는 밭은 농약이나
             화학 비료 등이 닿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곤충과 식물들이 자생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여러 작가를 초대해서 한 마디로 ‘놀자판’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전시 등 목적이 있는 예술
             활동에 골몰하는 게 아니라 마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자유분방한 시간을 보냈으면
             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놀고 쉬면서 삶을
             재충전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꾸준한 활동 이력 속에서 강한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대중들에게 회자 됐으면 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성진    2018년에 경기도 대부도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한평조차>입니다. 2016년, 부산문화재단의
             국제 파견 레지던시를 통해 1년 동안 베를린에서 머물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리아에서
             넘어온 난민들이었는데요. 여러 난민들이 폐공항에 모여 살아가는 모습을 자원봉사를 하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했죠. 또 미얀마에 들렀을 땐, 로힝야족이 난민으로 전락해서 방글라데시로 강제 이주하는 장면을
             실제로 목도하고, 그들의 삶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어요. 비가 오면 항상 홍수가 나는 지역에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그들은 계속 집을 고치고 삶의 터전을 지켜내는 일을 고수했습니다. 이런 난민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르게 전하고 싶어 작업한 것이 바로 <한평조차>입니다. 홍수 때문에 집이 물에 잠기는
             상황을 가상으로 연출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부도의 갯벌에 집을 짓고 한두 달간 그 집을 지켰습니다.
             조수간만의 차로 집이 잠길 때도 있고, 드러날 때도 있고, 그런 환경에서 집을 지켜내는 장면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담아서 사람들에게 전달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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