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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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그리고 , 사람과 사람들
물에 생명을 불어넣다 :
한 공학도의 문학 도전기
글·사진. 김태형
나는 ‘물박사’
나는 수자원 공학박사이다. 주로 홍수와 가뭄과 같은 물 관리를 연구하는 전문가로, 더 간단히
말하자면 (어감이 이상하지만) ‘물박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박사학위까지는 관심이 없었다.
대학시절 생각했던 진로가 최소 석사학위를 요구했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학위만
따고 미련 없이 학교를 떠날 생각이었다.
어떤 사소한 끌림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내 인생을
바꾼 사소함은 우연히 그리고 순식간에 찾아왔다. 작은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였다. 초청된
강사와 함께 토론하며 실습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세미나였다. 그런데 강사가 2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술적 난제를 박사과정 선배들이 의견을 교환하며 이것저것 시도해보더니
20분만에 해결해 버리는 것이다. 그 모습에 나는 충격과 존경을 느꼈다. ‘나도 박사과정 진학 후
저 정도의 문제 해결 능력만 키울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겠다.’라는 생각은 나를
박사과정 진학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공학박사가 되었다. (이렇게 간단히 ‘박사가
되었다’고 표현한 것처럼 쉽게 학위를 딴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선배들만큼 능력자가 되었냐고? 잘 모르겠다. 적어도 수자원 분야의 전문기관에
경력직으로 운 좋게 들어왔으니, 어느 정도는 이룬 셈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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