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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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지금 우리 시대를 잘 표현한 말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류에게는 구슬 자체가 부족했고 귀했으나 이제 구슬은 차고 넘치는
                          시대가 되었다. 관건은 어떻게 꿸 것인가다. 이제 구슬은 서 말 아니라 삼십 말,

                          아니 삼백 말도 넘는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구슬을 어떻게 꿸 것인가. 어느 때보다 안목이
                          중요해졌다. 또 무언가를 더하는 능력보다 고르고 솎아내는 능력, 다시 말해 비우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진 시대이기도 하다. 이른바 ‘편집(編輯)’의 시대인 것이다.
                          말 그대로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으고 엮어내는’ 일로, 이 편집은 출판의 꽃이라고 불리는
                          출판의 핵심이기도 하다.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할 것인가.


                          사람들은 종종 책 읽는 게 먹고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인문학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묻곤 한다. 하지만 당장 이 글을 읽는 당신만 하더라도 기왕이면 함께 있을 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는가. 함께하는 지금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 눈치가 있고 맥락을 파악하는 힘이 있어 어떤 상황에서라도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는가. 굳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증명할 일도
                          아니지만, 이런 질문 자체가 싱겁기 그지없다.


                          도가(道家)에서는 인간에게 세 개의 단전이 있다고 말한다. 배꼽 아래, 복부와 심장,
                          그리고 뇌인데 이것은 그대로 건강, 재력 그리고 지적인 힘과 연결된다. 인간은 배꼽
                          아래 성적 매력을 비롯한 건강이 있어야 하고, 복부를 편안하게 해줄 만한 경제적 힘도
                          있어야겠지만 의미와 재미를 부여하고 이야기할 줄 아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출판이 하는 역할도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나눌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남의 이야기,
                          특히 근대 이후 서구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왔고 국가 차원에서도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편향성이 심했다. 이는 곧바로 정신과 문화의 식민성으로 이어진다.
                          우리 지역의 이야기, 나와 이웃의 이야기가 더 많아져야 하고 그 이야기들이
                          사적(private)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모두의 것(public)으로 기록되고 전승될 수
                          있도록 더 아름답고 근사한 출판(publication) 행위들이 늘어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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