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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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기가 막힌 작품이잖아. 작가들은 자기 나름대로 작품이 다 훌륭해,
그렇지만 이 사람은 부산의 이런 큰 행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잖아. 이게 중요하잖아.
자기 세계에서는 최고인지는 모르지만, 대중적이지는 않잖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부산에서 잘 알려주지 않아,
돈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
카프카의 유명한 말처럼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책”을
- 그곳의 여섯 번째 여사장님 내놓는 일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읽는 소수의 인간들은 결국 언젠가 쓰게 된다.
내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든 독자는 미래의 저자”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사람들에게
“소박하게 모였다. 좋은 손님들이 많았어요. 그때는 낭만이 있었다. 모두가 노래를 불렀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고, 더 근사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더 품위 있는 존재가
이름도 다 잊아뿐다. 연극하는 사람들도 많이 왔고. 다 돌아가셨다. 그때는 참 좋았지.” 되려는 욕망이 있는 한 출판은 계속될 것이다. 출판(publication)은 바로 그런 건강한
- 서양화가 오정민 화백님 욕망을 ‘사적인(private)’ 차원에서 ‘공적인(public)’ 차원으로 끌어 올려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경영을 했지만 대가들과 토론을 벌이며 싸웠던 곳이었어요. 재밌었다.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소박한 곳이었지만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를 만날 수 있었고, 한자에서 ‘출(出)’은 세상에 공개한다는 뜻을 품고 있고, 영어에서 출판을 의미하는
서양화가, 한국화가, 서예가, 음악가, 연극인 등등 다방면의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publish’, ‘publication’ 같은 단어도 공적인 것을 의미하는 ‘public’에서 유래했다.
인생의 한 계단이 업그레이드되는 곳이었다. 예술에 대한 안목을 넓혔다. “영어권에서 출판은 14세기 후반에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알리는 행위, 일반 대중에게
그곳에서 젊음이 성숙해져 갔다.”
알리는 행위’를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와 라틴어 ‘퍼블리시옹’과 직접적으로 ‘공개적으로
- 경성대학교 경영학부 정봉길 명예교수님
만드는 것, 공공 재무부에 대한 판결’을 뜻하는 단어에서 파생한 명사 ‘퍼블리쿠스’에서
유래했다. 이후 ‘판매 또는 배포를 통해 대중에게 서면 또는 인쇄물을 발행하는 것’이라는
의미로는 1570년대에, 그렇게 발행되고 제공되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는 1650년대부터
기록되기 시작했다.”(etymonline.com 참고)
한편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지만 MZ세대나 시니어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독서 모임,
독립서점, 독립출판 등을 향한 관심과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역설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이전과 달리 누구나 블로그나 SNS 등 자기 매체를 소유하고, 이를 통해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며 자기 이야기를 기록하고 축적하고 표현하려는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거기 맞춰
출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학위가 있거나 등단했거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인정받아야만 책을 쓰던 시대는 확실히 지난 것 같다. 문화 각 분야에서 인디(indie),
생비자(生費者, pro-sumer), DIY 등이 유행한 지도 오래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이라도 출판을 통하면 공적인 것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공적인 기록을 통해
학습하여 또 다른 공적인 기록을 생산해 후대에 남긴다.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인류의 지혜를 만나고 한자리에 앉아 온 세상을 만나볼 수 있는 이유다.
출판을 통해 기록되고 공유된 기록과 이야기들은 새로운 문화와 일상이 되고,
인류의 ‘습(習)’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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