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4호
P. 15

바야흐로 아무도 읽지 않는 시대다. 스마트폰만 켜면 보고 즐길 거리가 가득하니
                         굳이 책을 읽을 이유도 없어 보인다. 올해 4월 발표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율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종이책을 기준으로

                         1년에 단 한 권이라도 책을 읽는 사람이 32.3%이니 통계대로라면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2명은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이 수치는 10년 전
                         독서율 71.4%와 비교하면 무려 39.1%나 감소한 것이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을 더한
                         종합 독서율을 봐도 43%에 그치니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1년에 단 한 권도 읽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아무도
                         안 읽는 시대에 과연 출판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그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1년에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절반 넘는 사람들보다는 그럼에도
                         기어코 읽는 사람들, 꿋꿋하게 책을 찾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출판은 원래 전통적으로 소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출판의 역사만 보더라도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고 싼값에 책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도 독서를 위해서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여유가 필요해서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젊은이들이 아니라면 교육 및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책도 많이 읽게 되는 독서 양극화가 여전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기보다는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없어 ‘못’ 읽는다고 보는 게
                         더 합당할지도 모르겠다.
                         바쁜 와중에도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하고 책을 읽는 행위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상상하는 자들의 몫이다. 기득권층이나
                         지배자들이 오랫동안 출판을 진흥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억압과 감시, 검열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출판과 독서가 진흥의 대상이 된 것은 군사정권이
                         끝난 1993년 이후의 일이고 2002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출판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니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출판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다는 걸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출판은 본질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비밀, 기성 질서 바깥의 이야기,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불온하고 위험한(?) 행위이다. 물론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상업 출판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고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며 사람들의 욕망에
                         편승해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의미에서 가치 있는 출판은







                                                                                          13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