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2024 공감그리고 여름 53호
P. 42

책마다 다르긴 하지만 하루에 2시간이면 아무리 독해력이 떨어져도 하루에 최소 50페이지는
           읽을 수 있다. 일주일에 1권은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소중하게 얻은 시간을 의미 있게 써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 위주로 독서를 시작했다. 삶의 지혜와 통찰을 얻는 것은 지식 습득 위주의 비문학 독서만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독서관 때문에, 책장엔 온통 사회과학, 자연과학, 그리고 심리학과 같은
           비문학 서적만이 가득했다.
           반면에 아내의 책장에는 소설책이 가득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과 같은 고전 문학부터,
           최근에 핫한 한국 작가들의 소설 그리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마치 문학의 보물창고 같았다.
           여러 벽돌책과의 힘겨운 씨름으로 지쳐가던 어느날, 아내의 책장에 꽂혀 있는 소설에 눈이
           갔다. 지친 뇌를 쉬게 해 줄 거라는,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만만해 보이는 책을
           집어들었다. 처음 집어든 소설은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사실 그렇게 만만히 볼
           책은 아니었다). 나는 소설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스토리의 흡입력과 완독 후 밀려오는
           마음속 울림은 비문학 도서가 결코 줄 수 없는 감동이었다. 비문학이 주입식 교육이라면 소설은
           마치 자기주도 학습 같았다. 비문학 도서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새로움이었다.

           그렇게 독서습관은 변해갔다.
           아내의 추천으로 독서 모임에 가게 된 것도 내 독서관이 바뀐 큰 이유였다. 내 생각을 정리해
           사람들 앞에서 펼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토론하는 경험은 혼자 하는 독서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무엇보다 토론을 준비하며 문학책을 읽다 보니, 내용을 요약하면서 작가의
           의도와 내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독서의 질적 수준은 날로 향상되어 갔다.



           공학도의 작가 흉내내기


           독서의 완성은 글쓰기라고 했던가. 독서노트를 쓰고 내가 쓴 글을 읽어보는 즐거움은 독서와는
           또 다른 성취감이었다. 그 흔한 일기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지만 내 생각을 담은 글을 무작정
           써보기 시작했다. 물에 대한, 가족에 대한, 회사에 대한... 아무도 알아주지는 않지만 성취감과
           자기만족으로 일단 쓰기 시작했다.
           사실 평소 글을 좀 쓰는 편이다. 논문이나 보고서, 학술기사 같은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회색빛의
           건조하고 딱딱한 글들... 그런 글만 수년간 써온 공학도의 에세이가 얼마나 재미없는지는
           내가 초창기에 쓴 글들을 읽으면 알 수 있다. 물론 공개할 생각은 없다. 이런 글을 누가 읽어
           줄까. 우울감이 밀려왔다. 남들이 읽어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








      40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