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2024 공감그리고 겨울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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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했다. 오늘은 스트레칭 안 하냐는 김승준의 질문에 수정이는 흥,
웃으며 우리에게 책 표지를 보여줬다. ‘초등학생을 위한 주식 기본서’라는
제목이 보였다.
“너 발레리나 할 거라며?” 연우가 물었다. “하고 싶다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난 현실을 볼 줄 알게 된 것뿐이야.” 수진이의 말에 김승준이
감탄했다. “오, 너 되게 어른스러워졌다.” 연우가 김승준을 째려봤다.
선생님이 꿈인 연우는 김승준이 눈치 없이 행동할 때마다 잔소리해서 둘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때마다 둘을 말리는 건 언제나 나였다.
이번엔 둘을 말리는 대신 내 필통을 꽉 쥐었다. 잘 부러지는 연필을
보관하라고 엄마가 솜도 넣어 만들어 준 필통이다. 나는 불안할 때면
왼손에 필통을 꽉 쥐고 오른손으로는 내가 만든 개구리 캐릭터 ‘행굴 씨’를
그린다. 행굴 씨는 네잎 클로버 머리핀을 달고 연잎 위에 누운, 웃는 개구리
캐릭터다. 6살 때 행굴 씨를 처음 그리자 엄마가 우리 딸은 분명 천재 화가가
될 거라며 칭찬해준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날부터 쭉 내 꿈은 화가였다.
행굴 씨는 나와 함께 쑥쑥 자라면서 이런저런 설정이 생겼다. 하트 모양
클로버 이파리를 먹고, 연잎에 누워서 쉬는 걸 좋아하고, 언젠가 친구가
생기면 연잎에 태워 드라이브를 시켜 주고 싶어 한다.
“만약 우리도 좀비 꿈을 꾸게 되면 어떡해?” 연우가 갑자기 울상을 지었다.
“그럼 나 불러. 내가 좀비가 너희 못 물게 일단 붙잡아 볼게.” 김승준이
나와 연우를 보며 씩 웃었다. “바보야, 사람마다 다른 게 쫓아오는데 뭐가
달려들 줄 알고?” 연우가 쏘아붙였다. “뭐가 됐든 내가 막아준다니까? 대신
너네도 내가 부르면 달려오면 되지.” 김승준의 말에 연우가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했다. 나는 일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만만한 김승준의 얼굴을
보니 왠지 덜 무서워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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