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2024 공감그리고 겨울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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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머물 곳은 많았다. 하지만 이곳이 내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더구나.”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세종대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래전 부산은 여러 차례 외적의 침입을 견뎌내야 했던 곳이었지. 그때마다 백성들이 목숨
                       을 걸고 지켜낸 땅이다. 시간이 흘러 그곳에서 백성을 위해 문화와 예술을 전하고자 하는 이

                       들이 모여 있는 곳이 여기이니 자연히 마음이 이곳에 닿았다. 부산문화재단의 로고를 ㅂㅅ
                       ㅁㅎㅈㄷ이라는 자음으로 만든 것도 기특하더구나. 몇 년 전 세종문화상을 수상했다는 점도
                       내 관심을 끌었지. 여전히 이 땅에는 인재가 가득하구나.”
                       “그러셨군요. 평소에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신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밤마다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무슨 일을 하시나요?”
                       “내 원래 궁에서도 늘 여러 서적과 기기들을 탐구하며 밤을 지새웠었지. 여기서도 마찬가지
                       네. 밤마다 문서와 기기들을 탐구하고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업무에는 해법을 메모로 남기기
                       도 한다네. 요즘에는 기타라는 서양 악기를 탐구 중일세.”
                       “대왕님께서 기타를요?”
                       “내 종묘제례악도 작곡하지 않았던가. 서양 악기를 익히는 것도 흥미롭더구나. 기타란 악기
                       의 소리가 아주 탁월하더군. 손끝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열심히 한다네.”


                       세종대왕은 눈을 감으며 부산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셨다.


                       “낮 동안 직원들이 문화예술 사업을 논의하는 걸 들으면 나도 문화예술을 위해 고민했던 시
                       절이 떠오르더군. 황희 정승이 고생이 많았지. 그 못지않게 문화재단의 직원들도 밤낮없이
                       노고가 많더군. 자네는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저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를 펼친 조선통신사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문화교류는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간의 정서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실로 자랑
                       스러운 일일세. 요즘은 ‘아파트’라는 노래가 세계적으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들었다.
                       내 한 번 들어보니 베이스 음이 매력적인 노래더구나.”


                       요즘 유행하는 음악까지 꿰차고 계시다니 ‘정말 대왕님은 대왕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왕님을 이리 만나 뵙다니 영광스럽고 믿기지 않습니다.”
                       “이제 익숙해지면 자네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지겠지. 자네가 하는 일이 흥미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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