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2024 공감그리고 겨울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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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집


           여상희 작가는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의 제일 꼭대기에 위

           치한 빈집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집은 2년 전
           돌아가신 집주인의 오래된 찬장, 소파, TV, 그릇 등 생활 흔
           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간이 멈춘 공간이었다. 작가는 아
           미동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기존의 비석 작품을 결합해, 시
           간이 흐르며 인간의 자취가 자연에 의해 서서히 덮여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여기서 ‘비석’은 대중의 이야기가 실린
           신문을 뭉쳐 만든 작품으로, 작가가 선택한 시간과 기억의
           매체이다. 아미맘스 회장님의 안내로 진행된 마을 투어는
           마치 작가의 작업을 확장하여 직접 체험하는 것과 같은 경
           험이었다. 아미동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인간의 흔적이
           얽히고 쌓여, 그 자체가 살아있는 예술과 역사적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 속 또 다른 나


           왕덕경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누군가가 실제로 거
           주하는 부산진구 초읍동 원당골의 한 주택 옥상을 새로운

           전시 체험의 장으로 삼았다. 이 옥상은 화분과 텃밭, 손자
           와 손녀들의 장난감, 길게 드리운 빨랫줄이 어우러져 평범
           한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깃든 공간이었다. 작가는 ‘엄마
           시기’를 공간화하기 위해 두 개의 임시 건물을 옥상에 설치
           했다. 11명의 작가와 일반인들이 제작한 ‘엄마’와 관련된 작
           품들을 감상하며, ‘엄마’라는 이름에 가려졌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마주한 감정을 단어와 문장으로 유리
           잔에 새겼다. 비록 나는 아직 ‘엄마 시기’를 겪어보진 않았
           지만 ‘엄마’라는 그 이름 속에 담긴 사랑과 책임, 그리고 자
           기희생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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