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 3번 출구에서 부산교육대학교 방면으로 300미터쯤 떨어진 거리. 부산교육대학교 정문 바로 옆 골목에서 ‘책방 감’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2층에 위치한 이 책방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의 계단 벽면이 눈길을 끈다. 마치 서가에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을 연상시키는 타일 하나하나에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 이곳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공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책방으로 들어서면 주황빛 조명 덕분인지 공간 전체가 따뜻한 분위기다. 중앙에는 널찍한 테이블이 놓여 있고 벽면을 따라 낮은 서가들이 배치되어 있다.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책만큼이나 많은 조명과 그림이 보이고,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친근하게 다가온다. 순간, 책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 이곳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를 발견한 것 같다.
보통 독립서점은 책방지기의 취향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책방 감은 민주주의 전문 서점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곳의 책방지기 서희원 대표는 오래전부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공부해 왔으며 현재 기본소득부산네트워크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2022년에 책방을 열었다.
책방 감에는 다락방 같은 공간이 있다. 주로 대관 형식으로 이용되는 이 공간은 강좌, 세미나 등이 열리거나 사무실 없는 1인 활동가들의 작업 공간이 되기도 하고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책방 감은 책방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서 대표는 누구나 편하게 오가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동네 책방의 묘미라고 한다.
한 번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학생이 있었다. 서 대표는 학생의 취향을 파악하고자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그러다 보니 학생의 마음속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고 학업,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어두웠던 학생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응원을 받으며 책방을 나선 학생은 분명 성장했을 것이다. 서 대표는 그날 “작은 책방에는 수익에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책방 감
연제구 교대로24번길 10, 2층
평일 10:00~20:00, 토 10:00~18:00(일·월 정기 휴무)
051-581-3318
‘사람은 읽은 책을 닮아갑니다’ 책방 입구에서부터 서가 곳곳에서 보이는 이 문구는 책방 감의 캐치프레이즈다. 민주주의 책을 읽은 후 깨달음을 얻어 지금에 이른 서 대표. 서 대표는 “삶을 경험치로 살아가는 건 한계가 있어요. 사람들이 책을 통해 소양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책이 도구가 되어줄 거예요”라고 말했다.
책방 감에서는 그런 바람이 담긴 독서모임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10명 미만의 사람들이 지정한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 모임 날 다음 달에 읽을 책을 정하고 또다시 책을 읽고 모이는 식이다. 이 외에도 신문 읽기 모임, 저자 초청 북 토크가 수시로 진행되고 있다. 책방 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책방 감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 대표는 민주주의 관련 책으로 독서모임을 꾸렸다. 독서모임에 참가했던 한 회원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투표도 하지 않았으나 독서모임 이후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서 대표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만큼 많은 게 민주주의다’는 말이 있어요.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지 않을뿐더러 바쁜 일상에 치여 공부할 기회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책방 감에 민주주의 관련 책과 독서모임만 있는 건 아니다. 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책이 비치되어 있고, 인문학 등 여러 주제의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니 편하게 방문해 보길. 참고로 서 대표가 진행할 다음 독서모임은 민주주의를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
책방 감이 부산교육대학교 인근에 자리한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훗날 교사가 될 학생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잘 안다면 학생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광장 민주주의’를 넘어 ‘일상의 민주주의’를 꿈꾸고 있기 때문인데, 아주 옛날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한 것처럼 서 대표는 온천천에서 이를 실현하고자 한다. 시간이 흘러 부산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이 피게 된다면, 그 씨앗은 어쩌면 책방 감일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