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현장의 거리감은 오랜 시간 반복되어 온 고질적 문제이다. 정책과 사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현장에서도 잘 구현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피지 않는다면 정책과 현장은 끝없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부산문화재단이 정책기획센터를 설립하고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다. 이는 정책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2024년에는 <부산 예술인 실태조사>와 <부산시민 문화예술활동 트렌드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21년 조사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었기에, 예술 현장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반면 2024년 조사는 일상의 회복 국면 속에서 문화예술이 무사히 시민의 곁을 지키고 있는지, 예술인들의 삶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얼마나 진전되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2024년 두 조사에서 중점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소개하면서 오늘날 문화정책이 주목해야 할 지점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사회자본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한 이후 우리는 예술활동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신속히 대안을 마련하며 적응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번 조사에서는 ‘사회적 자본’에 집중해서 그 해답을 찾아보려 했다.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예술인 간의 네트워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특히 개인 중심으로 작업하는 예술인의 경우 고립되기 쉬운데, 건강한 동료 관계는 사회와 예술인을 이어주는 튼튼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예술인 협단체 가입 여부,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도움, 참여 의향이 있는 예술인 교류 프로그램에 대해 질문했다. 응답자의 68.1%가 예술인 협단체 활동을 한다고 답했으며, 이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주요한 이점으로는 활동 기회 확보(63.4%), 정보 공유(54.0%), 경제적 수익(21.0%), 타 지역 진출 기회(10.7%) 등이 있었다. 참여 의향이 있는 예술인 교류 프로그램 유형으로는 동일 장르 예술인(55.8%)과 부산지역 예술인 간의 교류(46.9%)가 높은 응답률을 보여, 지역 내 유사 분야 예술인과의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만 39세 이하 청년 예술인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이들 중 56.4%가 협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이 도움을 받는 주요 경로는 전체 예술인이 협단체를 통해 도움을 받는 비율(55.8%)과 달리, 청년 예술인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54.9%)가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해 네트워크 방식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이는 전통적인 협회 중심의 연결뿐 아니라, 관심사나 프로젝트 중심의 유연하고 느슨한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청년 예술인들에게 유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예술활동을 즐기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서의 생활권 문화공간의 중요성
부산시민들의 문화예술 참여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지고 있다. <부산시민 문화예술활동 트렌드조사> 결과, 응답자의 85.9%가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문화예술 관람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치로, 시민들의 문화예술 관람 활동이 확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의 경우 관람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들을 위한 입체적이고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함도 함께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한 점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에 관한 것이다. 시민들은 공연이나 전시 관람 등에서는 거주지와 무관하게 부산 전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었으나, 문화예술교육이나 동아리 활동은 주로 생활권 인근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일상적이고 규칙적인 문화예술활동을 위해서는 각 지역별로 골고루 공간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함의를 내포한다.
4. 나가며 -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주는 문화예술의 확산을 기대하며
이번 트렌드조사에서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도 함께 조사했다. ‘문화예술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응답자의 84.9%가 동의했다. 과거에는 문화예술이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적 소비재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이번 결과는 문화예술이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적 의미를 지닌 필수재임을 재확인시켜주었다.
문화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예술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지속하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다양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술을 매개로 시민과 예술인이 자주 만나고 연결되는 접점이 많아질수록, 부산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사회자본은 유사한 집단 간의 결속을 강화하는 ‘결속형 사회자본’과, 서로 다른 사회 계층을 연결하는 ‘연계형 사회자본’으로 구분된다. 결속형 사회자본은 내부 집단의 연대감과 호혜성을 높이고, 연계형 사회자본은 더 넓은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다.01
예술인과 시민이 문화예술을 통해 교류하는 접점을 확대하는 것은 이 두 가지 사회자본을 동시에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활동이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교류와 연대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교한 전략 수립과 실질적 실행이 요구된다. 이런 전략이 잘 작동한다면, 향후 조사는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재단 역시 연결과 교류의 기반을 마련하는 플랫폼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