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틔운 싹은 여름 한 철 땡볕을 견뎌야 가을에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전언에 누가 토를 다랴!
다만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타고나길 땀이 없는 자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뻘뻘 땀 흘리는 이들과 비교해 게으름뱅이로 오해 받기 일쑤지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분명 꼼지락거리고 있다는 얘길 하고 싶다.
여름을 뜨겁게 사는 예술인들의, 그 보이지 않는 땀을 조명하고 싶다.
어느 공연에 코러스 배우로 참여한 적 있다.
주연배우는 무거운 지게를 지고 천천히, 아주 어느 공연에 코러스 배우로 참여한 적 있다. 주연배우는 무거운 지게를 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를 가로지르고 있었고, 나는 그의 걸음에 맞추어 납작 엎드려 소리 없이 퇴장하기만 하면 되었다.
반복하는 공연의 나날에서 시시포스를 떠올렸다. 끝모를 반복, 가도 가도 닿지 못할 걸음을 딛는 이네들의 연습은 어쩜 그리도 정성스러운가 말이다. 한 땀, 한 땀의 몰입을 통해 이윽고 다다르는 완성은 결국 지난한 과정을 전제하고 있는 것 아닐까.
예술의 운명에 대해 논할 깜냥은 되지 못하지만, 몇 가지 단순한 사실은 안다.
예술은 창작자가 건네고픈 얘기가 있다는 것. 그 얘기는 반드시 타인의 눈길을 기다리는 운명에 놓인다는 것. 그 과정이 비록 여의치 않더라도 작품은 창작되는 순간, 이미 존재 가치를 지닌다. 예술은 자신을 탄생시킨 이들을 살아가게 하니까.
“예술하고 있네” 할 때의 ‘그 예술’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이번 호에는 예술가들의 뜨거운 여름이 어떤 시간을 지나, 어디로 가 어디에 닿는지를 들여다보았다.
땀은 쉽게 마른다.
그러나 하얀 소금꽃을 남긴다.
짜디짠 그들의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