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그리고
지난호 보기
가치, 있다

삶에 스며든 땀과 선율,
음악으로 다시 잇는 여정

박혜영

“이 나이에 악보를 본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어요.”

90세 참여자의 담담하면서도 울림 깊은 목소리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열릴 미래가 자연스레 이어져 있습니다. 부산의 한 마을건강센터에서 매주 열리는 커뮤니티 음악 활동에는 고령의 시민들이 모여 “오늘은 어떤 노래를 함께 부를까?” 하는 설렘으로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 얼굴에는 오랜 세월 묵묵히 흘려온 삶의 땀방울과 이제 다시금 삶을 꽃피우려는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커뮤니티 음악하기,
노년기의 삶을 새롭게 잇기

이 음악 활동의 공간은 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서 벗어나, 함께 소리를 내고 마음을 열며 서로에게 다가서는 ‘삶의 공동체’이자 치유의 장입니다. 그 속에서 한 음 한 음 맞춰가는 노력은 단순한 합창이나 연주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관계의 끈을 다시 엮어가는 땀의 결실입니다. 참여자들의 손에서 울려 나오는 선율은 예술적 완성도를 넘어 세대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감동의 통로가 됩니다.

음악으로 깨우는
내면의 감각과 소통의 힘

노년기는 신체적·인지적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기일 수 있지만, 커뮤니티 음악하기는 이러한 어려움을 넘어 내면의 감각과 감정을 다시 일깨우는 여정이 됩니다. 매회 연습과 합주에서 참여자들은 한 음 한 음을 자신의 소리로 만들기 위해 집중하며, 작은 악기 소리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기울이고 그 시간을 땀과 열정으로 채워갑니다.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맞출 때, 나도 이 공동체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는 한 참여자의 말처럼, 이 활동은 고립을 넘어 정서적 지지와 상호 교감이 살아 숨 쉬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커뮤니티 음악하기는 몸의 감각을 다시 깨우고, 노년기 신체가 가진 리듬과 호흡의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끕니다. 처음에는 떨리던 손끝이 점차 줄을 정확히 누르고, 호흡은 음을 맞추며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악기 잡는 손이 처음엔 서툴렀는데 이제는 손끝에 생기가 돌아요”라는 참여자의 이야기는 몸이 기억하는 음악적 체험이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자기 존엄의 회복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 활동은 시간을 새롭게 경험하게 합니다. 각자의 삶에서 무심히 흘러가던 시간이 음악 활동 속에서 의미 있는 흐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매주 정해진 음악 활동 시간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자신을 준비하고, 이웃과 다시 만나는 기다림의 시간, 기대의 시간으로 자리합니다. “연습날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마음이 바빠지고 설렌다”는 한 참여자의 말은 음악이 개인의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잘 드러냅니다.
무엇보다 커뮤니티 음악하기는 관계의 공간을 새롭게 짓는 일입니다. 음악은 서로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맞추며 다듬고 조율하는 과정입니다. 그 속에서 생겨나는 작은 웃음, 서로의 실수를 보듬는 격려, 함께 성취를 기뻐하는 순간들이 쌓여 새로운 공동체의 언어가 됩니다. “내 소리와 이웃의 소리가 어울릴 때,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참여자의 말은 커뮤니티 음악이 고립을 넘어 연대의 경험으로 확장되는 순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땀 한땀 쌓아 올리는
공동체적 치유

커뮤니티 음악하기는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연습과 합주 속에서 참여자들은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마주하며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실존적 상호작용을 경험합니다. “내 소리가 튀지 않도록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즐겁다”는 참여자의 말은 음악적 상호작용이 단순한 협력을 넘어 존재가 타자와 함께 호흡하는 ‘리듬의 실천’임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한 땀의 결실이며, 그 땀방울이 모여 고립된 개인의 삶을 다시 공동체의 품으로 이끌어오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입니다.
커뮤니티 음악 활동은 고령자의 미래를 향한 희망과 삶의 지향점이 됩니다.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하며 나의 노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참여자의 말에는 음악 공동체를 통해 다시 꿈꾸는 삶, 다시 도전하는 삶에 대한 간절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창의적 나이듦(active aging)’과 맞닿아 있으며, 부산문화재단과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일군 이 음악 공동체는 성공적인 노화와 주체적 삶 설계의 소중한 사회문화적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예술로 맺는 열매,
그리고 사회적 가치

과학적 연구들은 커뮤니티 음악하기가 고령자의 인지 기능 유지, 정서 안정, 우울감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의 땀방울과 선율이 얽히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삶입니다.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음악적 순간들은 각자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낸 열매입니다. 그 열매는 단지 개인의 기쁨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전체에 울림을 주며 지역사회 회복의 에너지로 번져갑니다.
부산문화재단과 지역 예술가들의 함께함은 단순한 프로그램 지원을 넘어, 고령층이 땀 흘려 성취하는 창작의 기쁨과 공동체적 성장의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커뮤니티 음악 활동은 부산이라는 도시 곳곳에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살아 있는 사례이며, 땀과 선율로 피어나는 삶의 증거입니다. 부산의 커뮤니티 음악 공동체는 고립과 단절을 넘어 삶의 내적 힘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잇습니다.
커뮤니티 음악하기는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열정과 땀의 결실로, 고령층의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여정입니다. 부산문화재단과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이 공간에서 더 많은 고령층이 음악 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지역사회 전체가 그 선율에 귀 기울이며 연대와 희망의 울림을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음악하기는 존재를 다시 일깨우는 삶의 호흡이다.”

박혜영

고신대학교 음악치료전공 교수.
음악치료사이자 대학에서 음악과 웰니스, 문화예술치유를 가르치고 있다.
사람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연결을 믿으며, 음악이 지닌 치유의 힘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도록 끊임없이 탐구하고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