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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를 향한 인류의 약속 - 글로벌 어젠다와 부산 문화정책의 공진화

박소윤

인류의 목표, 2045

유엔은 밀레니엄을 맞아, 인류의 공존과 발전을 위한 공동 의제를 채택하였다. 15년 단위로 추진된 첫 번째 의제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로, 전 세계 빈곤 감소와 인간의 기본적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였다. 이어 2016년부터 2030년까지의 목표를 담은 의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설정되었으며, 이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는 포용성을 바탕으로 인류 공동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 위기까지 심화되면서 목표 달성은 큰 난관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인류는 다시 세 번째의 목표, 2045년 유엔발전어젠더를 향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2021년 9월 유엔총회에서 보고한 「Our Common Agenda」01와 2024년 9월 유엔총회와 병행해 열린 Summit of the Future에서 채택된 「Pact for the Future」02가 그것이다.
「Our Common Agenda」는 평화와 국제 협력 재구축을 제안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가속화, 디지털 협력 및 신기술 거버넌스 구축, 미래 세대와 청년 세대 보호, 글로벌 거버넌스 혁신 등 지구 공동체 보호를 위한 새로운 국제 규범과 제도를 구상하였다.
「Pact for the Future」는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위기, 지정학적 갈등, 디지털 전환이라는 현 상황에서 평화·안보, 디지털, 청년·미래 세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등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였다.
또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책임 있는 국제 협력 규범인 「Global Digital Compact」와 미래 세대의 권익을 국제 정책 결정의 중심에 두자는 「Declaration on Future Generations」도 포함하였다.
이러한 합의는 국제 협력 복원의 긍정적 신호로 평가되었으나,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긴급 현안에 대해 구체적 목표나 재정적 약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2016년 유엔 해비타트 Ⅲ 「The New Urban Agenda」가 천명한 ‘모두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와 같은 대담한 구상이 이번에는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복잡한 국제 권력 구조 속에서 ‘모든 국가를 위한 UN’이라는 합의가 도출되기 어려웠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Pact for the Future」 의결 과정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방해나, 2025년 12월 31일 자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24 부산문화콘퍼런스 국제포럼

부산 문화정책과 실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전 영역이 초연결된 지금, 글로벌 정책은 지역문화예술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 역시 글로벌 환경에 파급력을 갖는다.
2025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한국 2035」 전략을 발표하며 지역 균형발전, 저출생·고령화 대응, 콘텐츠 산업 혁신, AI 기반 전환, 글로벌 문화 리더십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는 「Pact for the Future」가 강조한 지속가능성 강화, 디지털 전환, 청년·미래 세대 지원과 맞닿아 있다.
지역 차원에서도 접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연계 지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 SDGs 가속화는 지역의 문화유산·공동체 중심 발전으로, 디지털 전환은 지역의 디지털 문화 접근권과 창작자 권리 확대로 연결된다. 청년·미래 세대 지원은 지역 청년의 문화 참여와 정책 강화로, 평화·인권·다양성은 지역의 문화다양성 존중과 이어지며, 경제지표 개혁 부분은 문화적 웰빙과 창조경제 반영으로 닿아있다.
실천의 자장에서 보자면, SDGs 가속화는 문화유산 보호, 포용적 사회 조성,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부산문화재단의 조선통신사 문화교류 사업, 어린이 무형문화유산 교실,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사업 등이 이에 속한다.
「Global Digital Compact」는 디지털 접근권 확대, 윤리적 AI, 데이터 공유 등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곧 디지털 문화콘텐츠 접근성 제고, 창작자 권리 보호, 온라인 문화교류 촉진과 연결된다. 부산문화재단은 2025년 8월 네트워크 포럼 <궁리정담>을 통해 ‘AI×ART: 새로운 창작의 시대-지역문화예술과 인공지능의 공진화’를 주제로 논의하며, 문화예술 창작에 있어서 과학기술 융합 지원 방안을 모색하였다.

「Declaration on Future Generations」에서는 청년의 권리와 기회를 강조하며, 청년 문화예술 활동의 확대를 예고한다. 부산의 청년문화육성사업과 사상인디스테이션 운영은 청년들의 문화적 표현과 활동 영역을 넓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Pact for the Future」가 강조하는 평화·안보 및 인권 보장은 문화다양성 존중, 표현의 자유, 소수자·이주민 문화 권리 보장과 연결되며, 이는 지역 차원의 문화다양성 사업에서 더욱 정교하게 구현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Pact for the Future」에서는 GDP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지표 도입을 추진한다. 문화·창의산업은 삶의 질, 사회적 연결성 등 새로운 지표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분야이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은 2023년부터 공연예술마켓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이는 창작(생산)-마켓(유통)-향유(소비) 구조를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공연예술 시장을 조성하고, 지역 문화 창의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Our Common Agenda」나 「Pact for the Future」는 2045 유엔발전 어젠다의 최종안은 아니다. 다만 그 도출을 위한 경로이자 중간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Pact for the Future」는 앞으로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부산의 문화정책 역시 「부산문화재단 2035 비전」과 「제3차 부산광역시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의제와 지역 의제는 지구 공동체의 현안과 과제를 공유하며, 씨줄과 날줄처럼 맞물려 미래의 청사진을 함께 완성해 가는 것이다.
조약(pact)은 국가 간의 계약으로, 약속보다 단호한 당사국 간의 결심을 보여준다. 지지부진한 SDGs에 박차를 가하자는 계약, 지구 생물과 인류가 공존하도록 노력하자는 계약, 미래 세대를 지키자는 계약에 부산도 함께 한다.

UN 79차 총회 전경 (사진출처. UN)
  • 01) UN, 「Our Common Agenda」, 2021.
  • 02) UN, 「The Pact tor the Future」, 2024.

박소윤

부산문화재단 정책기획센터장. 사람·담론·현장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사논문 『지속가능발전과 도시문화정책: 부산 문화현장을 통해 본 문화다양성의 지역회복 함의』, 소논문 「음악 용어의 탈식민성: ‘번역되기’에서 ‘번역하기’로: 금수현의 『표준음악사전』을 중심으로」, 「신무용과 부산」 등을 발표했으며,
지난 1년간 부산문화회관 『예술의 초대』에 「여기, 예술」 시리즈 칼럼을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