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고용, 주거, 교육, 문화 향유 등 삶의 전 영역에서 구조적 불안정성과 전환기의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역의 청년들은 수도권 중심의 기회 편중, 산업 기반의 약화, 문화예술 생태계의 불균형 속에서 더욱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최근 부산시는 청년 정책 기본계획 수립, 청년 문화예술 분야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변화와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 마련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청년 창작자와 기획자들은 도시의 문화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인 동시에 향후 지역의 문화적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적 자원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프로젝트 중심의 단기 지원, 공간 및 네트워크의 부족, 경제적 취약성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하여 지속성 확보가 어렵다. 이에 청년 정책은 단순한 복지나 일자리 지원을 넘어, 전반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지역의 문화적 활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정책 영역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본 원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동시대 부산 청년 정책의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지역 청년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둔다. 현시점에서 부산의 청년 지원정책은 청년층의 무엇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가? 현재의 청년 정책은 청년 문화예술 창작자 및 기획자의 활동 기반과 지속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본 원고는 지역 청년 정책이 문화예술 청년의 실제 삶과 활동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앞으로의 정책이 지역 창작생태계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전환점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부산시는 2024년 ‘부산광역시 청년정책 기본계획(2024~2028)’을 통해 지역 청년을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 참여 등 전반에서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 정책 체계를 마련하였다. 본 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총 1조 9,092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2025년 기준으로는 95개 사업에 약 4,146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이는 청년 정책의 규모가 최근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은 크게 일자리, 주거안정, 교육역량 개발, 문화 복지, 참여 권리의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일자리 분야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기업 연계 프로그램, 직무 교육, 인턴십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사업이 포함된다. 두 번째, 주거 분야는 청년 월세 보증금 지원, 청년 주택 공급 확대 등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사업이 강화되고 있다. 셋째, 교육역량 개발 분야는 디지털, 문화콘텐츠 등 지역 미래산업과 연계한 산학협력 기반의 교육 사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넷째, 문화 복지 분야에서는 청년 문화공간 운영, 신진 예술인 프로그램, 커뮤니티 활동 지원 등 문화 향유와 복지 강화 관련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다섯째, 참여 권리 분야는 청년 정책 참여단, 청년위원회 등 청년 의견이 정책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포함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부산의 청년 정책은 예산 규모와 사업 수 모두에서 확대되는 추세이며, 청년의 일상과 활동 전반을 포괄하는 다층적 지원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다.
부산의 청년 정책은 예산과 사업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나, 각 정책 영역에서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부산지역 청년 9인(나이: 평균 29.4세, 성별: 남 4인, 여 5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였다. 우선 일자리 분야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음에도 지역 산업 구조의 제약으로 인해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 안정성은 여전히 낮으며, 주거 정책은 현시점 고물가 상황 속에서 실질적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으로 보인다. 또한, 교육역량 개발 정책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문화 복지 분야는 대부분 단기 공모 위주로 운영되어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참여 권리 정책은 제도적 참여 구조가 마련되어 있으나, 실제 다양한 분야 청년의 접근성과 대표성이 충분히 확보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정책의 질적 보완과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부산은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문화재단 및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청년 문화예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을 비롯한 지역 문화기관들은 청년 창작자와 기획자를 대상으로 창작지원금, 프로젝트 공모, 예술교육 프로그램, 문화공간 운영 지원, 레지던시 및 네트워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며 지역 기반의 예술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청년 문화예술인의 초기 활동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청년 창작자 및 기획자들이 활동을 이어가기에는 여러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다수의 정책이 단년도 공모 방식으로 운영되어 장기적 활동 기반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높은 경쟁률과 제한된 선정 규모로 인해 안정적인 지원 확보가 쉽지 않다. 또한, 창작공간 및 작업실 지원이 존재하더라도 임대료나 생활비 등 실질적 부담을 경감하는 구조적 정책은 제한적이다. 더불어 예술 활동 경력이 짧거나 비정형적 경력을 가진 청년은 공모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제도권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책 운영 과정에서 문화예술 기획자에 대한 별도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중요한 한계이다. 많은 프로그램이 창작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지역 문화 프로젝트를 기획 및 운영하는 청년 기획자가 전문성을 확장하고 지속적인 경력을 쌓을 기회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 예술인의 의견이 정책 설계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현장의 필요와 정책 방향 간에 간극이 발생하는 점 역시 개선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정책적 방향성이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힘이 될 것인가? 어떻게 그들이 지역에서 정주하며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부산 청년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년 예술가와 기획자가 ‘부산=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기 좋은 곳’으로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한다. 현재 다수의 청년 예술인은 행정 절차의 과도한 복잡성, 단기 공모 중심의 구조, 생활 기반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지역에서의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방향이 요구된다.
첫 번째, 행정 지원 절차의 간소화와 이용자 중심 행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원 사업 신청 과정에서 요구되는 과도한 서류 제출, 증빙, 사후정산 절차는 청년 창작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술 활동보다 행정 노동이 더 크다는 현장의 지적은 오래된 문제이다. 따라서 사업 구조의 단순화, 증빙 기준 완화, 디지털 기반의 간편 신청, 정산 시스템 도입 등 행정 소요를 최소화하는 지원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청년 예술인이 부산에서 ‘행정적으로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지역 정주를 선택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두 번째, 소규모, 초기 창작을 지원하는 소액 다빈도형 지원의 도입이 필요하다. 과거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했던 ‘소액다컴’과 같은 제도는 초창기 예술가와 학생, 독립 예술기획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약 50만 원 규모의 지원이지만, 맨 처음 시도하는 미술, 음악, 공연 프로젝트, 모임, 실험적 시도에 큰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도 이와 유사한 저예산 및 초간편형 지원 제도를 도입하여, 청년들이 부담 없이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이지만 청년에게 “부산에서는 작은 시도라도 환영받고 지원받는다”는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에 대한 심리적, 문화적 정착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 단년도 공모 중심 구조를 넘어 2~3년 이상의 중장기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청년 예술인이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단편적 지원을 넘어, 작품세계와 기획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장기 구조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장기 레지던시, 다년도 기획·운영 지원, 커뮤니티 기반 활동의 장기 육성 프로그램 등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정책 설계 과정에서 청년 당사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참여 구조는 제도적 장치로서 존재하지만, 실제 청년 예술인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정도는 제한적이다. 부산의 청년 예술인 집단은 활동영역이 다양하고 조직화 정도도 낮기에, 열린 구조의 의견 수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책 실험 프로그램, 청년 자문단의 정례화, 분야별 청년 라운드 테이블 등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청년 문화예술인이 부산에 머무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과 실험을 환영하는 문화적 분위기이다. 소규모 지원을 통해 첫 시도를 가능하게 하고, 중장기 프로그램을 통해 실험적 작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마련될 때, 부산은 청년 예술가·기획자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청년이 부산에 머무르고, 또 부산으로 모여들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만 한다. 부산이 청년들에게 편안하고,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는 건강한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