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그리고
지난호 보기
가치, 있다 ②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다는 것

한지은

재단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맡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는 ‘연결’이다. 사회공헌은 흔히 사회적 관점, 복지적 관점으로 이해되지만 재단 직원으로서 그 안에서도 문화예술을 매개로 사회공헌을 풀어나가고자 고민해 왔다.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관계가 생기고, 추억이 남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 그 순간들을 나는 현장에서 여러 번 마주했고, 그때마다 사람과 문화예술을 연결하는 일이 재단이 가진 언어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작년 그룹홈 아이들과의 사진 촬영은 그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첫 경험이었다. 사회공헌이라는 업무를 처음 맡게 된 후, 부산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이후 사회공헌센터)를 방문하였다. 회의에서 들은 여러 필요 중 가족사진을 가져보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 부분이 문화예술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고, 사회공헌센터는 참여할 수 있는 그룹홈을 연결해주었다.

촬영은 지역 스튜디오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대표님은 단체 가족사진만이 아니라, 사업의 의미를 함께 이어가고자 각 그룹홈의 상황에 맞게 가족사진 외의 개별적 사진들을 더 담아주셨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같이 옷을 맞춰 입고, 거울을 보며 단장하는 모습들, 서로의 사진을 보며 웃는 그 순간들을 지켜보며 관계의 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느꼈다. 이 경험은 사회공헌을 예술로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 첫 장면이었다.

올해 진행한 장수사진 촬영 사업도 같은 고민 위에서 이어진 프로그램이었다.
사회공헌센터가 지역에서 확인해 전달한 여러 필요 가운데 어르신들의 생애 사진을 남기는 일이 있었다. 작년에 이어 이 의미를 이어가고자 올해 사회공헌 사업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남구 내 참여 기관을 찾아 연계해주는 과정을 사회공헌센터에서 도와주셨다. 촬영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 작가님께 연락해 진행하게 되었다.

촬영 당일, 재단에 많은 어르신들이 모이셨다. 처음에는 긴장하기도 하시고, 이 옷이 어울리는지 현장에 같이 오신 복지사님들과 거울을 보시며 단장하셨다. 촬영을 마친 뒤 사진을 들여다보기도 하시고, 작가님께 “참말로 고맙데이~”라며 말씀을 건네던 모습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아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님, 그리고 복지사님들의 노력들. 나는 그 순간들을 보며 이 사업의 의미들과 방향이 현장에서 더욱 뚜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올해 연말에는 사진 사업과는 다른 형태의 사회공헌을 준비하고 있다.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커피박으로 비누를 만들고, 한부모 가정에 필요한 물품과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관계를 기반한 사회공헌이라는 큰 흐름은 동일하다. 직원 간의 협업과 나눔의 과정에서 내부의 연결이 만들어지고, 그 연결은 한부모 가정과 지역사회로 다시 이어진다. 지원의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서로가 만나는 방식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나는 내년에는 그룹홈 가족사진과 장수사진으로 시작된 이 사진 시리즈를 다른 대상과 방식으로 더 확장해보고 싶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사람들의 시간을 묶어주고 관계를 남기는 시간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해왔다. 그리고 그 ‘묶이는 순간들’은 마치 하나의 끈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놓는다.

작년의 가족사진,
올해의 장수사진,
직원과 한부모 가정이 연결되는 연말의 작은 나눔,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기록들.
그 모든 장면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조용히 이어주는 끈이었다.
예술을 통해 만들어진 이러한 연결들은
지역이 버티는 힘이 되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순간들이 쌓여
우리가 추구하는 의미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한지은

부산문화재단 소통홍보팀에서 근무한 지 2년 차.
분주하게 흐르는 하루 속에서도 잠시 숨 고르는 법을 배워가며,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